[G기자의 사만모] 윤다로, 스물 여덟 신인모델의 성장판

[김강유 기자 / 사진 bnt포토그래퍼 윤호준] 사.만.모. 서울패션위크 취재 10년 차 기자가 ‘사심으로 만난 모델’들을 소개한다.

1년 전, 2018년 3월 ‘18 F/W 서울패션위크’에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으며 런웨이에 데뷔한 남자 모델이 있다. 워킹마다 긴 머리를 살랑이며 남다른 존재감을 어필한 모델 윤다로가 이번 [사만모]의 주인공이다.

윤다로는 데뷔 시즌부터 장광효 디자이너의 카루소 패션쇼를 비롯해 송지오옴므, 스티브제이앤요니피 등 8개의 쇼에 올랐다. 패션계는 새롭게 등장한 ‘긴 머리 남자모델’에게 관심을 모았다. 서울패션위크가 끝난 후 윤다로는 다방면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매체 인터뷰와 화보는 물론, 뮤직비디오와 포토월 행사까지 섭렵하며 종횡무진 했다.

이번 ‘19 F/W 서울패션위크’까지 마치며 모델 활동 첫 1년을 성공적으로 보낸 윤다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G기자의 사만모] 윤다로, 스물 여덟 신인모델의 성장판

“에이코닉 모델 윤다로입니다”라며 인사를 건넨 그는 “모델 활동과 더불어 옷을 만들고 있습니다”며 본인을 소개했다.

첫 인사에서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만들고 있는 옷에 대해 물었다.

“브랜드는 없어요. 아직 판매 생각도 없고요. 사이즈도 무조건 제 사이즈.(웃음)”

“시즌별로 만든다기보다는 평소에 틈틈이 만들어요. 시즌리스(seasonless)로 가는 개인 컬렉션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윤다로의 가장 독특한 이력이라고 한다면, 디자이너로 먼저 일하다가 모델로 전향했다는 점이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 것 같았다.

“고등학교 때는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근데 그게 좌절되고 나서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평소에 꾸미는 걸 좋아해서 디자인학과로 진학을 하게 되었죠. 그 후에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들어가서 디자이너 생활을 하다 보니 모델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거죠. 그러면서 나도 저 무대에 서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에 조금씩 기회가 닿아서 피팅모델 이라던가 자그마한 브랜드들 룩북 촬영으로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놓치는 기회들이 많아지니까 아쉬운 거예요. 그래서 진짜 모델을 해봐야겠다 싶어서 에이전시를 구하던 중에 에이코닉과 좋은 연이 닿아서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첫 꿈은 연기였다고 밝힌 그에게 조금 더 이야기를 부탁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뭘 하고 싶은지 고민을 많이 하잖아요. 저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었어요. 그때 당시 생각으로는 연기를 하면 배역마다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 그런 욕심으로 하고 싶었죠. 부모님께 말씀 드렸더니 그쪽 생활이 너무 힘들 것 같다며 반대 하셔서 왜 경험도 안 해봤는데 좌절만 시키냐고 반발했어요. 사춘기였죠. 그랬더니 부모님께서 야자 빼고 소극장에 데려가셨어요. 엄마 친구 아들인 형이 연기를 하는데 소름이 너무 돋는 거예요. 그 후에 이야기를 좀 들어봤는데 안 되겠다 싶어서 바로 접었습니다.(웃음) 그때 당시에는 제가 그쪽에 간절함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약간 막연한 판타지를 꿈꿨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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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다로의 모델 생활이 1년을 꽉 채웠다. 어떤 느낌일까.

“예전에 디자이너 생활할 때 모델들을 많이 접하면서 가졌던 생각들, 제가 그 중심에 서 있잖아요. 활동도 잘 풀리고 있는 것 같고. 신기하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이 많이 들어요. 하지만 재밌습니다.(웃음)”

급성장하고 있는 모델 윤다로에게도 두려운 부분은 있었다.

“아무래도 다른 일을 하다가 시작했잖아요. 물론 아직 젊지만 마냥 어리지만도 않고요. 저보다 더 어린 친구들이 빨리 시작하기 때문에 조금 늦게 시작한 감이 없지 않아 있어요. 그래서 조바심도 나고 냄비 마냥 빨리 끓었다가 사라지지 않을까, 이런 걱정? 그리고 향후에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될지, 그런 걱정들이 많이 있어요.”

윤다로는 2018년 27살의 나이로 데뷔했다. 일찍 데뷔한 10대 모델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요즘 추세에는 확실히 늦은 감이 있는 편이다. 주변의 반응은 어땠을까.

“다들 단편적으로 보면 부러워하는 게 제일 커요. 우선 겉으로 보기에는 멋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다들 응원해주세요. 특별히 나쁜 반응은 없는 것 같습니다.”

연기를 꿈 꿨을 때, 아들의 힘든 길을 걱정하셨던 부모님은 모델 활동에 대해서 어떠실지 궁금했다.

“데뷔 쇼 다음 쇼에서 티켓 몇 장을 구할 수 있게 됐어요. 부모님을 초대하고 친구들에게 좀 케어해달라고 말했는데 쇼를 보시고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잘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면서도 더 잘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세요.(웃음)”

“정보가 저보다 더 빠르세요. 쇼 백스테이지나 예능에 조금 조금씩 나오는 컷들도, 저는 몰랐는데 어떻게 아셨는지 다 찾아봐주세요. SNS에서 제가 태그 되는 사진들도 저보다 더 빨리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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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이야기를 빼 놓을 수가 없다. 1년 만에 트레이드마크처럼 ‘긴 머리 모델’이라는 이미지가 잡혔다. 머리를 기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질문 많이 받아요.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삭발을 하고 그 이후엔 계속 길렀거든요. 군대 공백을 빼고는 계속 길러왔어요. 굳이 이유를 따지자면, 머리가 되게 심한 직모여서 어중간한 머리는 스타일 잡기도 힘들고 관리하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길러보자 했는데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쭉 기르게 됐어요. 기르다 보니까 이게 더 편한 것 같고, 멋있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헤어스타일을 바꿀 생각은 없는 걸까.

“아직까지는 크게 변화를 줄 생각은 없어요. 변화를 주더라도 긴 머리는 유지할 것 같아요.”

긴 머리가 더 편한 것 같다고 말한 윤다로에게 머리 관리 비법을 물었다.

“솔직히 저는 관리를 안 하는 게 관리 비법이에요. 스케줄 없을 때는 머리를 틀어 올려서 자연 상태로 많이 있어요. 오히려 머리를 너무 자주 감는 것도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비법인 것 같습니다.(웃음) 그리고 부모님이 물려주신 타고난 머릿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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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만의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는 만큼 특별한 롤모델이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제가 중성적인 이미지고, 좀 묘한 이미지를 좋아하기 때문에 예전에 좋아했던 모델 중에 안드레 페직이라는 모델이 있어요. 그 모델도 장발 모델이었는데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복 쇼나 여성 란제리 쇼에도 섰어요.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리면서 또 되게 매력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당시의 그 모델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그 분이 여성 모델로 활동하고 있지만.”

젠더리스 이미지를 추구하는 이유가 있을까.

“옷을 좋아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복식사를 공부하다 보면 패션이 여성이 중심이거든요. 지금은 남성복도 스타일이 많이 다양해졌지만, 그래도 정형화된 스타일이 있고 스타일 스펙트럼이 더 좁다고 생각해요. 그에 비해 여성복은 더 아름다운 것도 많고, 도전적인 것도 많아요. 그러다보니 왜 내 스타일에 제한을 둬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죠. 여성복이 더 예쁜 게 많기 때문에 그냥 입기 시작했어요. 입어보니 머리도 길어서 잘 어울리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스커트도 입고, 힐도 신으면서 그런 이미지가 자연스레 잡힌 것 같아요.”

스커트를 평소에도 자주 입는지 물었더니 단번에 대답이 돌아왔다.

“자주 애용하고 있습니다!(웃음) 믹스매치로. 너무 여성적이게는 안 입어요.”

실제로 그의 SNS에서도 과감한 평소 스타일링을 엿볼 수 있다. 유니크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패션피플들을 위해 윤다로만의 스타일링 포인트를 물었지만 그렇게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답변은 아니었다.

“포인트라기보다는, 우선 제가 옷을 만들기 때문에 옷이 하나 나오면 그게 신나서 그 옷을 베이스로 잡고 나머지를 맞춰가는 식으로 하고 있어요. 요즘엔 원단 쇼핑을 많이 해요. 옷은 안 산 지 꽤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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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모델 중에는 흔치 않은 젠더리스 이미지인 만큼 독특한 촬영도 있었을 듯 했다.

“태연-멜로망스 뮤직비디오에서 상대 역할이 에스팀 모델 차수민 씨였어요. 차수민 씨는 여자인데 짧은 스포츠 머리고 저는 남잔데 긴 머리니까, 그런 재밌는 이미지를 원하셨나 봐요.”

윤다로는 2018년 SM스테이션 ‘STATION X 0’ 프로젝트 첫 번째 곡인 태연x멜로망스의 ‘페이지영(Page 0)’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갓 데뷔한 신인모델에게 흔치 않은 기회였다.

“처음에는 SNS의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연락이 왔어요. 뮤직비디오 진행 건이 있는데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서 같이 진행하고 싶다고. 누구의 뮤직비디오인지도 모르고 일단 회사 쪽으로 연락 부탁드린다고 했죠. 그 후에 대표님에게 전화가 온 거에요. 태연 뮤비 찍는다고. 그렇게 찍게 됐죠.(웃음)”

“우선은 콘셉트 자체가 재밌었어요. 제가 그렇게 로맨틱하고 달달한 이미지는 아니잖아요.(웃음) 그런데 거기서 그런 달달하고 설레는 감정들을 연기할 수 있었던 게 새로운 도전이었고 되게 재밌었죠. 예전에 접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연기 쪽으로도 해보고 싶어요. 들어오는 일은 마다하지 않습니다. 다 도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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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다로는 도전을 일상처럼, 일상을 도전으로 살아가는 듯 했다. 패션모델이 과감한 도전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은 역시나 촬영장과 런웨이일 테다. 평소 도전해보고 싶었던 콘셉트가 있었을까.

“오히려 요즘에는 긴 머리지만 좀 더 남성적인 섹시함? 그런 걸 강조하는 걸 해 보고 싶어요. 쇼나 촬영을 할 때도 저는 헤어 메이크업을 거의 받지 않거든요.(웃음) 남자답고, 강렬하고, 좀 더 아트적인 걸 해 보고 싶어요. 과감한 스타일이요.”

직접 옷을 만들기도 하는 그였기에 평소 디자인 스타일은 어떤지 물었다.

“저는 아방가르드 쪽을 많이 하거든요. 그리고 블랙을 베이스로 많이 하는데 4년, 5년을 하니까 저도 좀 바뀌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요즘에는 컬러도 많이 쓰고 좀 더 다양한 스타일로 도전해서 옷을 만들고 있습니다.”

윤다로의 옷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았을까.

“아직까진 노출을 많이 안 하고 있어서요.(웃음) 조금 더 노출을 많이 하려고 계획 중이긴 해요. 가끔 SNS 라이브로 제가 옷 만드는 것도 보여드리거든요. 그렇게 조금 더 관심을 끌어서 ‘내가 이런 사람이다’ 이런 걸 더 알리면, 나중에는 판매도 이루어질 수 있겠죠.”

현역 디자이너로도 활동했었고 지금도 꾸준히 본인의 옷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면 브랜드 론칭의 꿈은 놓지 않고 있는 듯 했다.

“아직까진 준비가 안됐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나아가지 않을까 싶어요. 우선은 패션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모델이 됐건 디자이너가 됐건, 그 안에서 제가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거잖아요. 또 제가 잘 하는 게 그거니까 놓지 않고 계속 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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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사적인 윤다로를 알아보기 위해 영화나 음악적 취향에 대해 질문했다.

“영화는 SF, 판타지 장르를 좋아해요. 음악 같은 경우에는, 인디밴드 음악도 좋아하고 힙합도 좋아해요. 장르를 가리진 않는데 한 번 듣는 음악을 되게 오래 듣는 편이에요.”

“취미도 옷 만드는 것”
이라는 윤다로에게 일상 속의 ‘소확행’을 물었더니 그것조차 일적인 부분과 상당히 겹쳐있었다.

“내가 만든 옷을 입었을 때 나를 칭찬해 주는 것. 내가 만든 옷을 남이 입고 좋아하는 것. 모델로서 쇼에 설 수 있는 것. 이 세 가지인 것 같아요.”

그의 ‘소확행’에 패션쇼가 등장했다. 촬영보다는 쇼에 올라가는 게 더 설레는 편인 걸까.

“일하는 것 자체가 다 설레죠. 쇼는 쇼 나름대로 관객들이 날 집중해주는 느낌과, 멋진 옷을 입고 내가 제일 멋있다는 도취감에 취할 수 있는 그런 매력. 촬영 같은 경우에는 평소에 보지 못했던 나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다양한 옷들도 입어보고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는 그런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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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고 남다른 스타일로 본인만의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윤다로에게 좌우명이나 신념이 있는지 물었다.

“있죠. 확실히 있습니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지만 후회 없이 열심히 하자.”

“남들이 저를 보고 ‘너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서 멋있다, 부럽다’ 이런 소리를 많이 하는데, 처음에 모델로 전향했을 때 되게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금전적인 문제가 컸죠. 회사원일 때는 꼬박꼬박 적금도 넣을 수 있었고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사치는 안 부려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었지만 이제 페이가 들쭉날쭉하잖아요. 그런 불안감이 있었죠. 제 나이 또래 친구들은 슬슬 취업을 하고 있는데, 저는 먼저 취업을 했다가 역행하는 느낌이 들어서 좀 힘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 없어요. 잘 할 것 같아요. 믿고 있습니다.(웃음)”

어쩌면 조금은 늦게 출발선에 올랐던 모델 윤다로. 그의 도착점에서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을까.

“그냥 사람들 기억 속에 오래도록 ‘아, 그 머리 긴 애. 걔 괜찮던데? 근데 걔 뭐도 하더라?’ 이런 식으로 떠올려 질 수 있는, 다양한 걸 할 줄 하는 머리 긴 남자. 이 정도로 기억되고 싶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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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여덟의 신인 모델 윤다로는 인터뷰 내내 그 털털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비록 조금 늦은 데뷔일 수는 있지만, 등장하자마자 숱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 그의 매력을 이해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최근 패션모델계는 10대 모델들의 급성장이 가장 돋보이고 있지만, 그 틈바구니 속에서 성숙하고 새로운 매력을 지닌 윤다로의 존재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아직 성장판이 닫히지 않았다. 모델로서 이제 막 달력 하나를 교체한 그이기에 앞으로의 모습들에 기대감이 더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10년 뒤가 아닌 1년 뒤가 궁금한 윤다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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