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읽는 법
[책마을] 가짜뉴스 시대…거짓말을 말한다

거짓말은 폭력이 아니라 권력이다. 폭력은 독백인 반면 권력은 대화다. 거짓말은 오로지 대화를 통해서만 생겨난다. 자유가 있는 최소한 두 명 이상의 인간이 함께 이뤄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일종의 상품을 제시하며 구매해달라고 호소한다.

《거짓말 읽는 법》은 인간의 사악한 본성 중 하나인 거짓말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탐구서다. 저자인 독일 철학자 베티나 슈탕네트는 “가짜뉴스가 범람해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한 세상에 사는 우리가 이제는 거짓말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며 “그동안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고 외면해왔지만 현실에 엄연히 존재하는 실체여서 직시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거짓말은 진리를 다루는 학문 전통에조차 내재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가령 유대인 학살을 집행한 아돌프 아이히만을 연구해 ‘악의 평범성’ 이론을 주창한 세계적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기실 아이히만의 연기에 철저히 속았다는 것이다. 아이히만은 상부의 명령에 순응한 ‘평범한 관료’가 아니라 유대인 학살에 의식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나치즘의 사상을 내면화한 광신도이자 반사회적 성격장애자라는 것이다.

역사도 거짓말의 기록일 수 있다는 논거를 제시한다. 역사의 거짓말은 인간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봤는지 고스란히 담아 보존한 기록이다. 거짓말은 놀랍게도 무지가 아니라 지식을 기반으로 탄생한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상대 생각의 방향을 비틀고자 하고, 거짓말이 탄로날까 봐 대비하기도 한다.

저자에 따르면 거짓을 퇴치하고 진실을 밝히는 길은 열린 자세로 대화하는 것이다. 그는 “부족함을 지닌 인간은 타인과 함께 생각하고 대화할 때 진실의 퍼즐을 맞출 수 있다”며 “서로 수평적 소통이 가능해질 때 거짓말이 갖는 권력관계는 해소된다”고 말한다. (베티나 슈탕네트 지음, 김희상 옮김, 256쪽, 1만5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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