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환 장편 '총구에 핀 꽃' 출간
전쟁 거부하고 평화 찾아 헤맨 '작은 인간'

베트남 전쟁에 파병된 한국계 미군이 1968년 휴가지인 일본에서 주일 쿠바대사관으로 망명한다. 그는 8개월 동안 잠적하다 소련을 거쳐 스웨덴으로 향한다. 그는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했을까.

소설가 이대환이 11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 《총구에 핀 꽃》은 전쟁의 운명을 거부하고 평화의 길을 개척한 ‘작은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손진호는 두 번의 전쟁을 겪으며 세 번의 전혀 다른 인생을 산다. 6·25전쟁으로 어머니를 잃은 그는 고아원 송정원에 살다 미국인에게 입양된다. ‘윌리엄’이란 이름의 한국계 미국인으로 성장한 손진호는 반전시위가 극렬했던 1960년대 미국의 히피문화에 심취하며 진정한 ‘자유’를 깨닫는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게 된 그는 그곳에서 전쟁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끔찍한 비극을 겪으며 고뇌한다. 결국 스스로 망명을 선택하지만 실패하고, 1년여 동안 세계 곳곳을 떠돈 뒤 스웨덴인 ‘요나스 요나손’으로 살아간다. 그렇게 50년 동안 조용히 살아가던 그는 73세가 돼서야 힘겹게 떠났던 일본과 고국인 한국을 아들과 함께 방문한다.

소설 속 손진호의 삶은 실제로 1967년 주일 쿠바대사관에 망명한 탈주병 김진수의 삶을 모델로 했다. 김진수는 베트남 전쟁에서 타자병이었으나 소설 속 손진호는 전투원으로 등장한다. 베트남 전쟁의 비극을 선명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한국에서 시작해 미국과 베트남, 일본, 소련, 스웨덴, 일본을 거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손진호의 ‘전 지구적 여정’은 자신에게 덮어 씌워진 전쟁이란 운명을 거부하고 스스로 평화를 찾아 헤맨 한 인간의 기나긴 고행길이었다. 소설은 이를 통해 한국 현대사와 세계사의 거대한 흐름을 거부하지 못한 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작은 인간’들의 삶 하나하나가 결국 평화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알갱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작가는 “국가나 거대 폭력이 평화를 파괴할 수 있지만, 작은 인간의 영혼에 평화가 살고 있다면 평화는 패배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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