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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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인 32세 A씨. 최근 그는 태어난 지 갓 100일이 지난 조카를 돌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사랑스러운 아기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하루의 피곤이 다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하지만 아이가 예쁜 것도 하루 이틀. 언젠가부터 새언니가 주말만 되면 아이를 맡긴다는 느낌이 들어 영 마음이 불편하다.

회사원인 A씨는 직장 때문에 지방에 사는 부모님과 떨어져 경기도에 거주했다. 그에게는 결혼을 한 36세의 친오빠가 한 명 있었다. 오빠네 부부는 서울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자주 만나지는 못하는 상태였다.

부부는 가끔 백일이 지난 아이를 데리고 A씨의 집을 방문했다. A씨는 자신을 보며 방긋방긋 웃는 조카를 보는 게 행복했다. 안아주고, 씻기고, 분유도 주고, 기저귀도 갈아주며 두 사람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고자 했다. 그런 A씨를 보며 오빠와 새언니는 "정말 의외"라며 "시집을 가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오빠네 부부가 A씨 집 근처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됐다. 두 사람은 15분 정도 거리의 가까운 곳으로 거주지를 옮겼고, 새언니는 주말마다 아이를 데리고 A씨의 집을 찾았다. A씨의 친오빠 역시 A씨의 집으로 퇴근해 하루, 이틀 자고 가는 일이 잦아졌다.

평소 외출보다는 집을 좋아하는 A씨는 어쩔 수 없이 주말마다 오빠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됐다.

'어른이 없어서 편하고, 육아도 많이 도와주니까 그런가 보다.' 옹알이를 하는 예쁜 조카의 모습을 보면서 A씨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넘어갔다.

그러나 새언니가 아이를 맡기고 친구들을 만나러 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야기가 달라졌다. 처음에는 육아 때문에 힘드니 친구 만나기가 힘들거라 생각했던 A씨. 하지만 2주째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A씨의 오빠는 퇴근하고 밤 9시쯤 집으로 돌아왔고, 새언니 역시 밤 늦은 시간에야 귀가했다. A씨는 점차 조카를 돌보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고모랑 잘 놀았어?"라고 묻는 부부를 보며 A씨는 쉽사리 입을 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있으면 앞으로도 주말마다 조카의 육아를 담당할 것 같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하지 않게 거절하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에 빠져 있는 상태다.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미혼 여성이 자녀를 낳지 않으려는 사유로 '자녀 양육 및 교육에 많은 비용이 들어서'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미혼 여성의 경우 개인 생활에 자녀가 장애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출산에 대한 욕구가 크지 않은 것.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한 번 봐주기 시작하면 계속 부탁할 것다. 무급 베이비시터가 되고 싶나", "그러다 아이가 다치기라도 하면 욕만 먹는다", "아무리 조카 바보라도 물어보지도 않고 맡기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부드럽게 말하기보다는 최대한 강경하게 의사 표시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약속이 있다고 주말마다 밖으로 나가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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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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