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나의 빈센트
[책마을] 화가 아닌 '고독한 인간' 고흐의 삶을 좇다

“또 고흐?”라며 밀어낼 법한 책도 다시 당기게 만드는 것은 작가의 힘이다. 담담하면서도 여운이 깊은 문장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정여울 작가가 《빈센트 나의 빈센트》로 이번엔 빈센트 반 고흐를 파고든다. 문학평론가인 그는 감성적인 문체의 에세이스트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베스트셀러였던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뿐 아니라 지난해 《내성적인 여행자》까지 다양한 여행 에세이를 통해 예술가의 자취를 더듬었던 저자는 이번 책에선 오롯이 고흐에게만 집중한다.

“그와 관련된 모든 곳에 가보고 싶었다”는 저자는 고흐가 태어난 네덜란드의 준데르트, 그의 그림이 가장 많이 소장된 암스테르담 반고흐미술관과 그가 ‘밤의 카페테라스’를 그린 프랑스의 아를, 그리고 사랑하는 테오와 함께 묻힌 오베르쉬르우아즈 등을 찾아 헤맸다. 책은 그림과 함께 읽을 수 있는 고흐의 삶을 좇는다. “매해 여행을 떠나면서 빈센트의 그림뿐 아니라 빈센트라는 사람과 조금씩 가까워지는 듯했다”는 저자의 경험은 책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고흐는 생전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다.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했고 모두에게 외면당했다. 그럼에도 온전히 자신의 것을 만들어냈다. 20대에 빚을 내 고흐의 그림을 보기 위해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을 찾은 저자는 그림 앞에서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작품 속 붓질이 뿜어내는 치열함과 간절함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방황하는 저자에게 치유의 힘이 됐다. 고갈되지 않는 열정과 어떤 꿈도 포기하지 않을 권리, 자기를 파괴할 수 있는 광기와 고통을 예술의 빛으로 승화시킨 용기는 곧 그림이 됐고 감동을 선사했다.

‘해바라기’를 소장하고 있는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빈센트를 찾아가는 여정’을 마무리하며 저자는 말한다. “나는 빈센트를 통해 깨달았다. 가혹한 불운에 대한 가장 멋진 복수, 그것은 예술의 창조임을.”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21세기북스, 356쪽, 1만6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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