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후 보이는 것들…롯데는 '가족의 친구'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코스인 북촌 한옥 마을. 임대료 높기로 유명한 이 지역에 롯데백화점 어린이집 1호점이 있다. 빠른 걸음으로 15분이면 롯데백화점 본점에 이를 수 있는 거리라고는 하지만 주택 많은 지역이 아닌, 북촌의 메인 상업 도로 중 하나인 북촌로에 어린이집을 두다니, 의아하고 놀라웠다. 북촌에서 기업의 어린이집은 처음 보았기에 조사해보니, 교사 1인당 유아 수가 2.2명인 좋은 어린이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초등학교지만 학생 수가 줄어 고민인 재동초등학교 가까이에 있어, 롯데가 육아 어려움에 대한 상징적,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이곳에 어린이집을 두었는가 보다, 하는 좋은 인상을 갖게 됐다.

육아휴직 후 보이는 것들…롯데는 '가족의 친구'
그러던 차에 접한 광고가 ‘롯데 저출생 극복 프로젝트:육아휴직 후,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었다. 저출산과 육아의 어려움이 인구 감소 문제를 넘어 경제 위기, 나라의 존망까지 좌우하는 최대 화두가 된 시점에서 이보다 더 호소력 있게 육아 해결을 설득하는 광고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마음에 와닿았다. 여느 광고들과 달리 여러 번 되풀이해 보아도 질리지 않는 훈훈하고 현실적인 광고인 데다 메이킹 필름까지 미소 가득이라, 편집된 장면들을 되살려 좀 더 긴 광고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휴직 후 보이는 것들…롯데는 '가족의 친구'
사립 유치원 보육 대란이 일고 있는 최근에 다시 보니, ‘롯데 저출생 극복 프로젝트:육아휴직 후,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진정성 듬뿍 담긴 선구적 공익 광고라는 확신이 더해진다. 아버지의 육아 참여가 저출산과 육아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름길임을 그 어느 정책 입안자가 이보다 더 진정성 있게, 설득력 있게, 현실적으로 설파할 수 있겠는가.

‘롯데 저출생 극복 프로젝트:육아휴직 후,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최고 장점은 남성 육아휴직을 낸 롯데그룹 직원들이 자신의 육아 현장을 보여주고 거기서 얻은 깨달음을 진솔하게 토로하는 데 있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어지르고 우는 아기들. 아내가 왜 맨날 지쳐 쓰러져 자는지, 장모님 허리가 왜 아픈지, 아내 목소리가 왜 커질 수밖에 없는지. 아이를 직접, 전일 돌보면서 비로소 깨달았단다.
육아휴직 후 보이는 것들…롯데는 '가족의 친구'
아빠의 육아 참여가 중요하다는 건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아빠의 육아 참여가 아이의 뇌를 키운다고도 호소하고, 북유럽의 육아 ‘대디’가 멋있다고 소개도 하고, 남자 연예인의 육아 참여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게 현실로 다가오지 않은 건 우리나라 직장에서 어머니도 아버지도 당당하게 육아 휴가를 내기 어려우며, 남성의 육아 참여가 잠깐 돌봄에 머무르는 등 실천이 함께하지 않는 정책 때문이다.
육아휴직 후 보이는 것들…롯데는 '가족의 친구'
동화책을 펼치는 것 같은 도입부, 따스한 조명, 경쾌한 배경음, 공중 부감에서 아이를 따라가는 카메라의 적절한 변화, 메이킹 필름에서 들을 수 있는 제작진의 공감 웃음과 아이 먹거리를 만드는 모습 등, 어느 한 곳 공들이지 않은 구석이 없다. 몸으로 겪은 걸 전하는 롯데 사원들의 진솔한 고백에 비해 롯데의 남성 육아휴직제도를 노골적으로 자랑하지 않고, 마지막에 잠깐 글자로 대신한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아빠도 자란다”며 “우리나라 남성 육아 휴직자 10명 중 1명이 롯데의 아빠들”이라고 밝힌다. 이를 좀 더 크게 오래 노출해도 뭐라고 할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함께 가는 친구 롯데 로고가 예뻐 보일 수밖에.

옥선희 < 영화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