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소상공인의 희망 '제로페이 서울'이 여는 세상
경제가 어렵다는 현실 진단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직업군이 자영업자, 소상공인일 것이다. 이런 현실을 실감하는 곳은 상점가다. 예쁘게 꾸민 카페와 맛집이 즐비해 관광객이 끊이지 않았던 북촌의 삼청동길. 오랜만에 산책을 나가보니 너댓 집에 하나는 ‘임대 문의’라 쓴 노란색 현수막이 걸려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때도 이렇게 빈 가게가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희망 '제로페이 서울'이 여는 세상
언론에서는 ‘삼청동은 지금 임대 문의’라는 제목으로 이렇다 할 노력 없이 유명세만 믿고 임대료를 올리는 집주인들 때문에 임차인이 버티지 못하고 나간다, 개성 없는 가게들로 인해 소비자가 발길을 돌렸다고 분석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서울을 찾는 내외국인이 반드시 들르는 북촌에서도 최고 상권이었던 삼청동길이 이 지경이니, 다른 곳은 이보다 더하지 않을까 싶다.

‘제로페이 서울’은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서울시가 개발한 간편 결제 시스템으로 알고 있다. 플라스틱 카드 결제가 과도한 수수료로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서울시가 만든 게 제로페이 서울이다. 2018년 12월 20일 시작된 결제 수단이니 정착되려면 시간이 걸릴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제로페이 서울에 관한 부정적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성급하지 않나 싶다. 물론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 자영업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시민들이 실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결제 방식이라 낯설어하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절박함을 덜어주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금융기술인 핀테크를 활용해 제로페이 서울을 내놓은 것은 현실 인식과 노력, 산업 측면에서 두루 인정받아야 할 부분이다.

두 개의 광고 중 이 첫 번째 광고는 제로페이 서울의 출시 사실을 알린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돕는 방법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함께 상생하는 방법을 찾자’는 기본과 초심에 맞춘 공익광고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영상은 ‘그만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현실이 힘드니, 서울시민이 사회적 우정을 보여줘야 한다’고 직설적으로 호소한다. 광화문 광장을 지나는 시민들이 풀썩 풀썩 쓰러지는 모습은 아프고 깊은 의도를 품고 있다. 그들은 자영업자를 상징할 것이다.

할머니가 등장하는 두 번째 영상은 ‘제로페이 어렵지 않아요, 누구나 시도해보세요’라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제로페이를 경험해보도록 하기 위해 다소 복잡하더라도 시범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영상의 목표는 사람들이 제로페이가 왠지 복잡해 보여서 선뜻 결제를 시도하지 않는 점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핀테크에 가장 취약한 세대라고 할 만한 할머니를 등장시킨 것도 그런 목적을 직설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할머니가 마카롱 가게 점원의 걱정을 뒤로한 채 일사천리로 QR코드를 스캔하고 금액을 넣고 비번을 넣고 제로페이 결제를 끝내버리는 유머러스한 모습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그래, 할머니도 하는데, 나는? 나도 제로페이 한번 써봐야겠다’고 생각하게 한다.

서울시 제로페이에 대한 두 영상은 여타 기업체 광고처럼 세련되진 않았다. 그렇지만 눈물과 웃음이 있다. 마치 우리 인생처럼 슬프거나 웃기고, 뭔가 조금은 부족한 부분도 보인다. 중요한 건 진정성이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진심을 가지고 열심히 준비해 실제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되는 제로페이를 탄생시키길 바란다.

그럴 수 있다면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큐멘터리처럼 살아있는 이 시대의 영상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옥선희 < 영화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