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롱 할머니’ 편은 광고라기보다 하나의 ‘제로페이’ 사용법 안내 영상이다. 아직 소비자들은 제로페이 사용법을 잘 모른다. 시범 서비스 초기 가장 큰 애로사항은 소비자가 간편결제 앱을 활성화한 뒤 QR코드 스캔만 하면 결제가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소비자가 직접 금액과 비밀번호까지 입력해야 했다. 물론 올해 4월 이후 정식 서비스가 개시되는 시점부터는 한 번의 QR코드 스캔으로 결제할 수 있게 됐다.

영상 제작자는 “제로페이를 경험시키기 위해선 다소 복잡하더라도 시범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고 싶었다”며 “이 영상의 목표는 사람들이 제로페이가 왠지 복잡해 보여서 선뜻 결제를 시도하지 않는 점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제로페이 어렵지 않아요, 누구나 시도해보세요’라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 이 영상의 목표라는 설명이다.

영상은 아주 곱게 늙으신 할머니가 마카롱 가게에 들어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입맛을 다시며 마카롱을 고른 뒤 계산대에 서서 흡족한 얼굴로 점원을 바라본다. 친절한 점원이 “계산은 어떤 걸로…? 아, 현금이 편하시죠?” 하고 묻는다. 나이 든 할머니를 배려한 것이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난다. 할머니는 정색하고 대답한다. “뭔 소리야? 요샌 제로페이지.” 점원은 할머니를 무시한 셈이 됐다. 할머니는 일사천리로 QR코드 스캔하고 금액 넣고 비밀번호 입력하고 제로페이 결제를 끝내버린다. 그러고선 ‘너, 나 무시하니?’ 하는 눈빛으로 젊은이를 쏘아본다. ‘대략난감’하지만 재미있는 상황이다. 슬며시 ‘그래, 할머니도 하는데, 나는? 나도 제로페이 한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많아지게 하는 게 영상 제작 목적이다.

‘마카롱 할머니’ 편은 기록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서울시 공식 유튜브 계정에서만 조회수가 73만8000건이 넘었다. 공공기관에서 제작한 영상으로는 기록적인 일이다. 제로페이 사용 장벽을 낮추기 위해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찍은 영상이 히트를 친 셈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