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오페라단의 ‘마술피리’.  /국립오페라단 제공
28~3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오페라단의 ‘마술피리’. /국립오페라단 제공
장면이 바뀔 때마다 엄청난 위압감을 주는 세 기둥이 무대 위를 움직인다. 때로는 길이 되고 때로는 집을 만든다. ‘밤의 여왕’이 등장할 때 기둥은 그의 신비로움과 냉혹함을 극대화하는 훌륭한 성이 된다.

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마술피리’는 예전의 여러 마술피리에 비해 더 몽환적이거나 신비롭진 않지만 추상적이면서 기하학적인 공간을 살린 무대연출이 돋보였다. 개막 이틀 전인 지난 26일 열린 리허설에서 눈길을 잡아끈 대목이다.

오페라 ‘마술피리’는 밤의 여왕의 딸이자, 자라스트로에게 납치된 공주 파미나를 구하러 나선 타미노 왕자와 새잡이꾼 파파게노의 모험 이야기다. 밤의 여왕은 타미노 왕자에게는 마술피리를, 파파게노에게는 마법의 종을 준다. 타미노는 마술피리를 통해 침묵과 인내, 굳센 의지로 물과 불의 시련을 이겨내고 마침내 사랑을 찾는다. 독일어 작품으로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다가 다시 대사로 대화하는 ‘징슈필(singspiel)’ 형식이다.

파파게노 역을 맡은 바리톤 안갑성이 돋보였다. 지난해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에서 호평받았던 안갑성은 아리아 ‘나는야 외로운 새잡이’를 특유의 유쾌한 발성으로 리듬감 넘치게 불렀다. 매번 여러 인물과 좌충우돌하는 파파게노의 우스꽝스러운 성격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파미나 역을 맡은 소프라노 김순영은 안정적 호흡과 깨끗하고 포근한 음색으로 극의 중심을 잡아줬다. 리허설이긴 했지만 밤의 여왕 역을 맡은 소프라노 소니아 그라네가 다소 불안한 연주력을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여느 마술피리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빛을 활용해 명암대비를 강조한 참신하면서도 입체적인 무대연출이 신선했다. 140분이라는 긴 공연시간 동안 인물들이 선과 악, 인간의 모순된 속성과 순수한 이상을 찾아 헤매는 과정을 안정적인 연기로 채워냈다.

연출은 독일 출신인 크리스티안 파데가 맡았다. 작년 국립오페라단이 선보인 가족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에 이어 다시 국립오페라단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디자이너 알렉산더 린들도 다시 합류했다. 타미노 역은 테너 허영훈과 김성현, 파미나는 김순영과 윤상아, 파파게노는 안갑성과 나건용이 노래한다. 오스트리아 지휘자 토마스 뢰스너 지휘로 카메라타 안티쿠아가 연주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