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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아침] 르네 마그리트 '세이렌의 노래'

벨기에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는 한평생 상식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사고를 시각예술로 승화시켰다. 당시 초현실주의 화가들이 무의식적 자동기술법인 ‘오토마티슴(Automatisme)’에 심취한 것과 달랐다. 그는 사과, 돌, 새, 담배 파이프 등 친숙한 대상을 엉뚱하게 결합시켜 시각적 충격과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데페이즈망(Depaysement) 기법을 즐겨 썼다.

그림으로 관계와 실존의 미학을 시도한 그의 데페이즈망 기법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팝아트를 비롯해 영화·건축·광고 등 문화산업 전반에 많은 영향을 줬다.

1953년 제작한 ‘세이렌의 노래’ 역시 바다를 바라보는 남성의 뒷모습과 촛대 위 촛불, 나뭇잎, 물이 담긴 유리잔을 한 화면에 배치한 데페이즈망 기법을 활용해 시각적인 충격을 주는 작품이다.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되 모순되거나 대립되는 요소들을 한 화면에 담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바다의 요정’ 세이렌을 연출했다. 특히 중절모를 쓴 남자는 마그리트가 평생 즐겨 사용했던 소재다.

마그리트도 평소 중절모를 자주 쓰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것을 꺼렸다고 한다. 남자의 뒷모습을 극적으로 잡아내 그의 무의식을 여과 없이 표출한 이 그림은 상식과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현실의 세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어쩌면 20세기 산업화의 격랑 속에서 고립돼가는 현대인의 외로움과 소외감에 대한 메타포가 아닐까.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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