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공학 교수 22명이 내다본 세상 바꾸는 미래 기술들
세 살짜리 아이도 고양이 사진을 보면 ‘고양이’라고 인지한다. 하지만 인공지능(AI)엔 쉬운 일이 아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인 인공지능은 인간과는 다른 방식으로 영상을 보기 때문이다. 디지털 사진은 숫자들로 이뤄진 픽셀의 조합이다. 컴퓨터도 수많은 픽셀로 만들어진 사진을 숫자들의 조합으로 인식한다. 이런 인공지능이 이세돌을 이겼다. 왜 인공지능을 ‘사람보다 똑똑한 바보’라고 부르는지, 원리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

인공지능뿐 아니다. 로봇과 협업하는 인간, 진화하는 자동차, 상상 속의 것을 보여주는 가상현실(VR)까지. 한때 미래였던 기술들이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영화 ‘가타카’ 속 유전자 차별 사회, 나노 기술을 이용해 만드는 투명 망토도 현실이 되고 있다. 《공학의 눈으로 미래를 설계하라》를 통해 컴퓨터과학부터 전기전자공학, 기계공학과 생명공학 등 11개 전공별로 22명의 연세대 공대 교수가 빠르게 바뀌는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집필에 참여한 교수들은 자신의 전공에서의 공학을 재밌게 풀어낸다. 사회가 던지는 질문과 그에 대한 응답 방식, 해당 분야에서의 과제와 어떤 기술을 통해 그것을 해결해가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다양한 공학 분야에 대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은 진로나 전공, 취업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공학적인 시각 및 사고가 필요함을 새삼 깨닫게 한다. 갈증을 해소하기에 주제별로 20쪽 안팎의 글이 짧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만큼 읽는 데 부담도 덜어준다.

홍대식 연세대 공대학장은 ‘여는 글’을 통해 “책을 통해 공학이 얼마나 다양한 지식과 가치를 결합하며 발전하고 있는 분야인지, 어떤 문제와 질문들에 도전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썼다. 미래를 바꾸는 기술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그 원리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해온 수많은 ‘공알못’(공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다. (연세대 공과대학 지음, 해냄, 348쪽, 1만8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