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흥행 돌풍 연극 '인형의 집 파트2' 국내 초연

140년 전 화제작 입센 '인형의 집'
노라 집 떠난 15년 후 스토리
LG아트센터서 다음달 10일 개막
다음달 10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연극 ‘인형의 집 파트2’에서 주인공을 맡은 배우 손종학(왼쪽부터), 서이숙, 우미화, 박호산. /LG아트센터 제공

다음달 10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연극 ‘인형의 집 파트2’에서 주인공을 맡은 배우 손종학(왼쪽부터), 서이숙, 우미화, 박호산. /LG아트센터 제공

이혼을 통보하고 집을 떠난 노라. 세계 연극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인형의 집’ 주인공이다. 노르웨이 극작가 헨릭 입센의 이 작품은 1879년 초연 이후 전 세계에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 자아를 찾기 위해 가출한다는 설정은 당시 관객에게 큰 충격이었다.

노라는 이후 어떻게 살았을까. 140년 전 노라의 이야기가 상상의 가공을 통해 새롭게 펼쳐진다. 그가 집을 떠난 지 15년 뒤 이야기를 담은 ‘인형의 집 파트2(Part 2)’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연된다. 미국 극작가 루카스 네이스가 쓰고 201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으며 토니상도 받은 작품이다.

이 공연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다음달 10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연출은 연극 ‘하이젠버그’ 등을 만든 김민정이 맡았다. 연극과 안방극장을 오가는 베테랑 배우 4인이 무대에 오른다. 노라 역엔 서이숙과 우미화, 남편 토르발트 역엔 손종학과 박호산이 캐스팅됐다. 이들은 20일 LG아트센터에서 만났다. 한목소리로 “원작이 여성의 이야기라면, 이 작품은 이보다 더 나아간 인간 대 인간의 소통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15년이 지나도 계속되는 갈등

이야기는 작가가 된 노라가 15년 후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남편이 이혼을 안 해줘 자신의 이름에 ‘헬머’라는 남편의 성이 계속 붙어 있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19세기엔 여성이 주장해 이혼까지 이르기 쉽지 않던 시대였다. 우미화는 “노라는 이혼하지 않은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써온 작가로서의 삶도 모두 부정당할까 봐 불안해한다”고 설명했다.

15년이 흘렀지만 변한 것은 많지 않다. 노라는 토르발트와 딸, 유모와 마주하며 이런 점을 절감한다. 서이숙은 “남아있는 자는 그 습성대로 살아왔고. 떠난 자는 자기가 변했다고 생각하지만 또 다른 벽에 부딪히게 된다”며 “서로 치열한 논쟁을 펼치고 설득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문제가 계속 돌고 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작품은 일방적으로 노라의 주장만을 담지 않는다. 많은 대사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쏟아낸다. 특히 딸 에미는 노라에게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 서이숙은 “노라는 겨우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됐다고 생각했지만 딸과 논쟁하면서 엄마의 역할 등 가장 뼈아픈 문제를 직시하게 된다”며 “노라는 이를 통해 아직 자신이 더 많은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어른들의 성장드라마에 공감”

관계의 진전은 진심이 담긴 소통을 통해 서서히 이뤄진다. 손종학은 “은행장인 토르발트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 때문에 부인이 가출했다는 얘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못하고 산다”며 “그렇게 자신을 피해자로 생각하다가 나중에 노라가 쓴 책을 보고 작은 각성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노라와 토르발트는 짧지만 서로의 본심을 얘기한다. 그리고 여성과 남성이 아닌, 각자 하나의 개체로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손종학은 “노라가 더 성장하기 위해 길을 떠나게 되는데 토르발트도 이를 지켜보게 된다”며 “김민정 연출이 연습을 하다 ‘이건 어른들의 성장드라마네요’라고 했는데 저도 거기에 한 표를 줬다”고 강조했다.

15년이 흘렀다지만 이 작품 역시 지금으로부터 140년 전이 배경이다. 하지만 공감되는 부분이 여전히 많다. 미국에선 27개 극장에서 공연됐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무대에 올라간 작품이다. 박호산은 “우리보다 더 자유로운 사회라고 하는 미국에서도 여전히 통용되는 작품인 걸 보면 놀랍다”며 “완전한 양성평등이 이뤄질 때까지 이런 이야기는 계속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미화는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아무런 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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