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철 시인이 연작 장시집 《거울속에서》(예술가)를 최근 냈다.

이 시집은 작년 한 해동안 계간 《예술가》에 연재했던 장시 4편을 모았다. 이산하 시인이 《한라산》을 통해 제주 4·3사건의 비극과 연관지은 ‘나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을 던져 주목을 받는 등 그동안 장시는 한국문학의 왜소성을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장시를 쓰는 시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신승철 장시는 우리 문단에서 매우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시로 유명하다. 그는 장시를 통해 시와 산문의 경계에서 인생과 자연, 우주를 통찰한다. 김병종 서울대 명예교수는 “그의 시 속엔 거시와 미시를 아우르며 삶과 죽음, 철학과 종교, 현실과 관념을 특유의 문학성으로 수렴해왔다”고 평가했다.

‘거울속에서1’에서 시인은 ‘이 허공 속/오래전부터 메아리처럼 살아져온 나//이미 이것은 아득히 먼 은하를 표류하던/어느 희미한 별’라고 쓰며 시 안에서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를 되묻는다. 고광식 문학평론가는 “화자를 통해 고요한 세계를 향해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며 생멸의 꿈을 꾼 자신을 성찰한다”며 “한국 문학의 사유적 공간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라고 말했다.

197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신 시인은 《더 없이 평화로운 한 때》, 《기적 수업》 등 시집을 내는 등 30여년 넘게 창작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7년에는 박두진 문학상을 받았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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