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폴서울' 폴 알렉산더 푸르니에 인터뷰



[편집자주] 최근 교육부가 조사한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직업에 유튜버가 5위를 차지했다. 장래희망 10권 안에 유튜버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NS에서 수백만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의 영향력과 경제적 가치 역시 인기 스타 못지않다. 인기 유튜버와 인플루언서의 팬덤은 아이돌에 버금간다. 이들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입덕'을 부르는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폴서울/사진=조상현 기자

폴서울/사진=조상현 기자

폴 서울의 전직은 회계사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10년 간 회계사로 일했고, "재밌는 일에 도전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한국행을 택해 4년 째 생활 중이다. 그의 최종 목표는 한국의 앤디 샘버그다. 유튜버로 시작해 'SNL'을 거쳐 골든글로브 TV뮤지컬코미디부문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앤디 샘버그처럼 유튜버 출신으로 한국에서 스탠드 코미디로 독보적인 위치에 서고 싶다는 것. 한국 개그맨 중엔 유병재가 그의 롤모델이다.

단순히 한국 문화와 캐나다 문화를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도 있었을 거다. 실제로 한국 시청자들에게 그런 식으로 인기를 얻은 외국인 유튜버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폴서울은 더 어려운 길을 택했다.

스탠딩 코미디 뿐 아니라 콩트 같은 상황극도 직접 대본을 짜고 연출해 편집해서 영상을 올린다. 외국인의 시각으로 한국의 사회, 정치적인 이슈를 바라본 '외국인 뉴스', 아프리카BJ 등 한국 문화의 헌정적인 부분을 꼬집고 풍자하는 영상 코미디 등도 제작했다. 5분 남짓한 영상을 제작하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린다. 유튜브를 개설한지 이제 겨우 1년 9개월. 아직 신입 유튜버지만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제작한 노하우로 또다른 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2개월 만에 10만 구독자를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꾸준히 스탠딩 코미디와 영상 작업을 해온 덕분에 서울산업진흥원에서 지원하는 1인 미디어로도 선정된 폴 서울을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폴서울/사진=조상현 기자

폴서울/사진=조상현 기자

▲ 자기소개부터 부탁할께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온 폴서울 입니다. 재밌는 삶을 살고 살고 싶어 한국에 왔어요. 한국에서 엔터테이너로 살아가기 위해 한국어도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제가 성공할 수 있을까요? 당연하죠. 다만 그 시기만 모를 뿐이에요. (웃음)

▲ 캐나다에서 회계사였다고 들었어요. 한국에서 개그맨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있을까요?

캐나다에서 회계사가 된 건 엄마 때문이었어요. 안정적이고 돈도 잘 버니까요. 어떤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대학에서 자연스럽게 CPA를 따고, 졸업 후 영국계 은행 로이드에 입사했죠. 그런데 재미가 없더라고요. 사람들도 제가 회계사처럼 안보인다고, 매력있다고 하고요.(웃음) 앞으로 30년 동안 회계사만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뭔가 즐거운 일, 도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15년 전 대학 때 홀로서기를 하겠다며 1년 동안 한국에 왔던 걸 기억했죠.

▲ 한국 생활은 어떤가요?

다시 온 한국은 더 좋아졌더라고요. 외국인도 늘어나고, 살기도 좋고요. 지금은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영상 작업을 하고 있어요. 재밌는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물론 아까울 때도 있었죠. 캐나다에선 매년 40시간 교육을 이수해야 CPA 자격증을 유지할 수 있거든요. 이 일을 하다보니 캐나다에 갈 수 없어서 자격증이 말소됐거든요. 저희 엄마도 처음엔 '미쳤다'고 그랬는데, 지금은 응원해 주세요. 2개월 전엔 결혼도 했고요. 저와 개그코드도 맞고, 한국사람들의 성향도 잘 알아서 함께 아이템을 의논하고, 피드백을 받아요.
폴서울/사진=조상현 기자

폴서울/사진=조상현 기자

▲ 캐나다에서 캐나다 사람들을 대상으로 스탠딩 코미디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러면 더 쉬웠겠죠. 그렇지만 다른 방식으로 도전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저 같은 사람이 없으니까 더 많은 기회도 있죠. 물론 문화차이, 개그코드 등의 차이는 있어서 그걸 조율하는 건 여전히 어렵고, 배워가고 있어요. 섹스, 인종차별 이런건 굉장히 위험한 주제로 꼽히더라고요. 저에겐 정말 웃긴데 한국 사람들에겐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요. 특히 요즘엔 틱톡을 하면서 어린 친구들도 많이 보다보니 이전에 유튜브에 올렸던 수위가 센 영상 몇 개도 비공개로 전환했어요. 술, 담배, 나쁜말 없는 깨끗한 웃음을 고민하고 있어요.

▲ 단순 진행 방식이 아니다 보니, 영상을 기획하고 촬영, 편집하는 과정이 쉽진 않을 것 같아요.

씻거나 길을 걸을 때에도 대본을 구상해요. 아직은 한국어가 서툴어서 영어로 대본을 쓰고, 한국어로 다시 번역을 하죠. 그 이후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스케줄을 잡아 촬영하죠. 제 영상에 자주 등장하는 친구는 패트릭인데, 한국에서 2년을 살았는 데 한국어를 잘 못해요.(웃음) 다음주에 미국으로 돌아가서 슬퍼요. 그 친구는 미국에서도 취미로 스탠딩 코미디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기획부터 제작까지 꼬박 20시간 정도는 소요되는 거 같아요. 그 중 편집에만 10시간 정도 쓰고요.

▲ 편집도 직접 하는 건가요?

네. 아직은 서툴러서 더 시간이 걸리는 거 같아요. 처음엔 더 오래걸렸어요. 지금은 요령이 붙어 촬영을 하면서 쓸 부분만 끊어서 찍어요. 아버지가 TV광고, 촬영 일을 하셨어요. 그래서 조명이나 촬영 이런 작업 등은 익숙해요. 그런데 편집은 어렵더라고요. 특히 자막 넣는 게 힘들어요. 그땐 아내에게 검수를 부탁하기도 해요.

▲ 외국인들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는 많아요. 그런데 코미디를 콘셉트로 내세운 건 폴 서울 뿐인 거 같아요.

외국인이라도 재밌는 걸 하고 싶었어요. 단순히 '한국이 좋아요', '김치 먹어요' 이런 것보다는 재밌는 내용을 올리고 싶었고요. 한국말 하는 외국인? 그건 기본이고요. 캐나다에 한국인이 와서 영어만 하는 건 재미없잖아요. 색다른 무언갈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특색이 있어야 한다고 봤죠.
폴서울/사진=조상현 기자

폴서울/사진=조상현 기자

▲ 영상을 기획할 때 가장 고려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톤을 맞추는 거죠. 한국 사람들에게도 친숙하고, 저도 알고 있는 소재를 이용하고, 농담하면 웃기는 건데, 제가 아직 모르는 게 많아요. 전 농담이라고 하는데, 한국 사람들한텐 안 웃길 수 있고요. 그래도 전 풍자, 블랙코미디를 제일 좋아하고, 계속 하고 싶어요. 미국 유명 풍자 코미디 애니메이션 중에 '사우스파크'라는 게 있어요. 그게 처음 나왔을때 사람들이 별로 안좋아했어요. 그런데 양질의 코미디를 20년 동안 선보이니까 지금은 '와, 천재'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죠. 지금은 제 코미디 스타일이 낯설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저만의 코드를 살리면서 양질의 웃음을 계속 드린다면 익숙해지시지 않을까 싶어요.

▲ 좋은 직업을 그만두고 2년째 유튜브로 일하고 있어요. 유튜버로 수입은 어떤가요?

유튜브가 경쟁이 진짜 치열해요. 아직 인기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유치원에서 일도 하는 거고요. 솔직히 수입을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에요. 그런 기대가 있었다면 애초에 회계사를 그만뒀으면 안됐겠죠.(웃음) 틱톡도 단기간에 구독자가 많이 늘긴 했지만 아직 수익을 내는 단계는 아니에요. 그래도 유튜브를 통해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제 매력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 실험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거 같아요. 지금의 한국어 실력, 제 모습으로는 방송에 나가도 잘 해내지 못할 거 같아요. 일상 대화는 이렇게 하는 게 가능한데, MBC '라디오스타' 같은 예능 프로그램은 연습장을 펼쳐놓고 모르는 단어를 적어가면서 봐요. 말도 빠르고, 모르는 단어도 많고요.

▲ 그럼 언제쯤 TV에서 폴 서울을 볼 수 있을까요?

한 2년 정도면 한국어 실력이 방송에 나가도 될 만큼 향상되지 않을까요? 사실 지금도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과 미팅은 종종 갖긴 해요. 한국어가 더 유창해지면 출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언젠가는 제 이름을 딴 스탠딩 코미디 쇼도 하고 싶어요. 그때까지 열심히 해야죠. 전 꼭 성공할 거에요.
폴서울/사진=폴서울 인스타그램

폴서울/사진=폴서울 인스타그램

덧. '폴 서울'은...
프랑스계 부모님에게서 태어난 캐나다인 유튜버. 외국인의 시각으로 본 한국의 정치, 사회 문제를 꼬집는 '외국인 뉴스'를 비롯해 콩트를 가미한 영상 코미디 등을 선보이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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