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이 없는 전문가보다 위험한 존재는 없다"
실생활에 유용한 철학서를 소개한다. 야마구치 슈가 쓴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다산초당)는 살아가면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철학 지식을 정리한 책이다. 일본 최대 광고회사와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경력을 쌓은 저자는 “교양이 없는 전문가보다 위험한 존재는 없다”는 의미 있는 한 문장으로 책을 시작한다. 지난해 1월 발제자로 참석한 간사이경제동우회에서의 이야기도 곁들인다. “그 모임에서 ‘문화와 기업의 관계’로 자기 의견을 제대로 말할 수 있는 경영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

성과가 우선이고 이익이 중시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은 철학을 ‘시간이 남는 사람들이나 공부하는 사치’ 정도로 폄하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경영자나 직장인이 철학에 관심을 둬야 할 이유를 네 가지 든다. 철학은 무엇보다 상황을 정확하게 통찰하는 일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는 일이며 아젠다를 설정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교양이 없는 전문가보다 위험한 존재는 없다"
이 책은 연대기순이나 개념을 중심으로 정리한 기존 철학서와는 다르다. ‘지적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50가지 철학과 사상’을 다룬 장에서는 사람, 조직, 사회, 사고로 나눠 저명한 철학자들의 지적 결과물을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를 쉽고 재밌게 정리하고 있다. “자유는 견디기 어려운 고독과 통렬한 책임을 동반한다”는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핵심 개념과 그 의미도 소개한다. 고독과 책임을 감당하고 견디면서 인류는 바람직한 자유 사회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나치즘의 등장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은 자유의 무게감을 벗고 새로운 의존과 종속을 구하기도 한다. 저자는 개인의 자아와 교양을 단련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전체주의의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지식과 정신력을 끊임없이 연마해야 하는 이유다.

‘인생을 예술 작품으로 대한다면’이란 주제를 다룬 장에서는 장 폴 사르트르의 ‘앙가주망(engagement: 지식인의 사회 참여)’을 소개한다. 사르트르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했던 철학자다. 누군가 그에게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그의 답은 단호했을 것이다. “앙가주망하라.” 주체적으로 관계한 일에 참여하라는 의미다. 이 답은 “우리 모두는 세계라는 작품을 제작하는 데 공동으로 관여하는 아티스트이기에 이런 비전을 갖고 하루하루 생활해야 한다”는 현대 미술가 요제프 보이스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우리가 자신의 일상을 예술작품처럼 창조해 가야 하는 이유다.

‘끝까지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는가’라는 주제에서는 존 스튜어트 밀의 주장을 소개한다. 전지전능할 수 없는 인간이 옳은 길을 찾아가는 것은 타인의 비판을 경청하고 수용하는 것 외엔 달리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결정을 할 때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는 위험을 줄이는 길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조언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50가지 철학적 개념은 삶에 현명함을 더해주는 지적 무기가 될 수 있다.

공병호 < 공병호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