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화랑미술제에 출품될 이수동 화백의 ‘우리집 앞뜰’.
오는 20~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화랑미술제에 출품될 이수동 화백의 ‘우리집 앞뜰’.
올해 첫 미술품 직거래 장터(아트페어)가 서울과 부산에서 잇따라 열린다.

화랑들이 대거 참여하는 화랑미술제가 오는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하고, 호텔 객실에서 그림을 판매하는 아시아호텔아트페어(AHAF·Asia Hotel Art Fair)는 28일부터 나흘간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진행된다.

올해 미술시장의 분위기를 가늠하는 두 아트페어에는 미국 조각가 로버트 인디애나, 윤형근, 박서보의 수억원대 작품부터 100만원대 국내 신진 작가 소품까지 7000여 점이 나온다. 애호가들의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 출품작의 80~90% 가격을 점당 1000만원 미만으로 매겼다. 직장인과 주부, 기업인 컬렉터들이 부담 없는 가격으로 그림을 구입해 집안과 사무실 분위기를 산뜻하게 꾸밀 수 있는 기회다. 정부가 최근 기업들의 미술품 손비 처리 범위를 기존 5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늘린 만큼 화랑들은 판매 실적에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화랑 111곳 참여하는 화랑미술제

올해로 37회를 맞은 화랑미술제는 한국화랑협회 회원 111곳을 참여시켜 사상 최대 규모로 연다. 화랑미술제는 누구나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소유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1979년 국내 처음 시작된 ‘미술 5일장터’다. 20~24 코엑스에서 펼쳐지는 이번 행사에는 5000여 점의 작품이 쏟아질 예정이다.

화랑들은 각 부스에서 전속 및 교류 작가의 작품을 내걸고 판매 경쟁을 벌인다. 국내 최대 화랑인 갤러리현대는 ‘물방울 작가’ 김창열과 추상화가 이강소, 사진작가 이명호 등 인기 작가 근작 30여 점을 선보인다. 국제갤러리는 단색화가 박서보와 영국 작가 줄리앙 오피의 작품을 ‘얼굴 상품’으로 내놓는다. 노화랑은 전시 때마다 ‘완판’ 행진을 이어온 ‘화단의 로맨티스트’ 이수동의 신작 20점을 내세운다.

학고재갤러리는 이우성 배헤윰 우정수 이은새 등 젊은 작가들로 부스를 꾸미고, 선화랑은 진달래꽃 화가 김정수를 비롯해 문형태 정영주 작품을 소개한다. 아트사이드(강준영 황도유), PKM갤러리(윤형근 구현모 신민주), 아라리오갤러리(엄태정 공성훈 권오상), 리안갤러리(이건용 남춘모 김승주) 등도 국내 작가의 작품을 고루 내보인다.

호텔 객실에 미술품 2000점 전시

호텔 객실을 전시장으로 꾸미는 그림장터 ‘아시아호텔아트페어’는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 마련된다. 아시아호텔아트페어는 2008년 일본 뉴오타니호텔에서 시작한 뒤 매년 홍콩과 서울에서 2회에 걸쳐 열리며 아시아 최대 호텔 아트페어로 자리매김했다.

올 미술품 직거래 장터 '스타트'…7000점 쏟아진다
올해는 박영덕화랑을 비롯해 표갤러리, 금산갤러리 등 국내 주요 갤러리들과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스웨덴 미국 등 10개국 총 5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해 국내외 작가 300여 명의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아트 등 2000여 점을 71개 객실에 펼쳐 보인다. 침대와 소파 등을 그대로 둔 채 작품을 설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관람객은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며 실제 집 거실과 안방에 작품을 걸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부대행사도 풍성하다. VVIP를 위한 일본 에도시대 판화 우키요에 특별전, 아방가르드 작품 세계를 재조명하는 강국진과 김구림의 오마주전, 세계 최대의 중국 도자기 마을 징더전에서 작업하는 정길영의 작품전 등이 볼만하다.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 전시장과 관광지를 둘러본 뒤 부관페리를 타고 일본 시모노세키까지 여행하는 ‘예술&식도락 투어(ART&GOURMETTOUR)’ 상품도 눈길을 끈다. 선상에서는 최병서 경희대 교수의 ‘프랑스 와인 문화 기행’을 비롯해 미술가 쿤과 최영돈의 아트토크,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현악 앙상블 ‘SNU 비르투오지’의 클래식 공연이 펼쳐진다.

황달성 금산갤러리 대표는 “국내에서만 매년 40여 개의 아트페어가 열려 관람객이 80만 명에 달하고 판매액도 700억~800억원대로 커졌다”며 “최근 미술품이 재산 증식 수단 중 하나로 인식되면서 그림에 투자하는 ‘아트테크(art+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