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솔내음 대표

충남 서대산 사들여 직접 농장으로 가꿔
어수리·당귀·가시오가피 등 한해 8만t 생산
나물 소비 늘리려 '산약초 전문식당' 열어
당귀떡갈비·산부추칼국수 등 메뉴 선봬
"약초 전문휴양림으로 만드는 게 목표"
50여가지 산약초·산나물 키워…年 매출 4억 일군 '숲속의 농부'

김영식 솔내음 대표는 산림복합경영인이다. 충남 금산군에 있는 서대산 내 39만6000㎡ 땅에서 산약초와 산나물을 키운다. 수확한 작물은 내다 팔기도 하지만 서대산 자락에서 직영하는 산약초 전문식당에서 더 많이 쓴다. 그래도 남는 약초와 나물은 절임과 장아찌로 가공해 판다. 김 대표가 조성한 서대산 농장을 일부러 찾는 사람도 연간 수만 명에 이른다. 방문객은 산나물 수확과 모노레일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즐긴다. 국내에선 드문 ‘약용 자연휴양림’을 조성하고 있는 김 대표를 그의 서대산 농장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1997년 산을 샀다. 당시 계획은 산을 찾아온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원래 금산에서 예식장을 운영하던 그는 웨딩산업 트렌드를 공부하다 머지않아 야외 예식 붐이 일 것으로 판단했다. 숲속의 아름다운 예식장. 산을 구입한 뒤 그가 그린 청사진이었다.

구입한 산에 솔밭을 조성하고 조금씩 가꾸기 시작했다. 공간이 워낙 넓어 당장 산 예식장을 만들긴 어려웠다. 시간과 비용 투입이 상당했다. 그렇다고 땅을 무작정 놀릴 수도 없었다. 그는 고민 끝에 산약초와 산나물을 선택했다. 금산이 ‘약초의 고장’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었다.

명이나물(산마늘) 위주로 심고 산 농장을 꾸렸다. 운영한 지 4~5년쯤 됐을 때 전국적으로 웰빙 붐이 일었다. 여기저기서 김 대표의 산약초를 찾았고 재배량도 매년 늘어났다. 그는 “심다 보니 이것도 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금은 어수리 당귀 가시오가피 엄나물 등 50여 가지 산약초와 산나물을 심는다. 그는 산 농사의 키워드를 적재적소로 꼽았다. 식물마다 특징이 있는데 그 식물에 맞는 장소에서 키워야 한다. 예를 들어 해발 600~700m에 살던 산나물을 더 높은 곳에 심으면 실패한다. 양지식물인지 음지식물인지도 구별해야 한다.
대규모 산채 단지

대규모 산채 단지

김 대표가 1년에 생산하는 산나물과 산약초 양은 8t이 넘는다. 연매출은 4억원 규모다. 보통 농민들의 가장 큰 고민은 판로다. 김 대표는 그 고민을 직영식당과 가공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처음엔 그도 산나물을 시장에만 내다 팔았다. 하지만 부가가치를 더하지 않고선 수익을 높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초 전문식당을 떠올렸다. 메뉴만 잘 구성하면 산약초 판로 걱정은 덜겠다 싶었다. 그 고민에서 나온 것이 솔내음 식당의 대표 메뉴인 산약초 샤부샤부다. 당귀 참취 삼백초 두메부추 오가피순 삼채 등 직접 기른 산약초를 활용한 메뉴다. 당귀를 넣은 당귀떡갈비, 산부추칼국수, 가죽비빔밥, 가죽전 등도 내놨다. 이 식당에서 솔내음 전체 생산량의 60%를 쓴다.

산나물은 봄에 한꺼번에 출하되는 일이 많아 봄철 가격 방어가 어렵다. 김 대표는 식당을 직접 운영하니 다른 농민보단 사정이 나았지만 40%가량 되는 시장 출하 물량의 가격 하락은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가공 공장이다. 세척한 뒤 증숙하고 급랭해 냉장고에 저장하면 봄나물도 오래 보관하면서 팔 수 있다.

작년부터는 직접 농사지은 산나물은 물론 인근 30개 농가의 작물도 사들여 함께 가공한다. ‘자연바라기’라는 산나물 브랜드를 내놨다. 당귀잎 절임, 명이나물 절임 같은 장아찌를 생산한다. 인터넷과 로컬푸드 매장에서 유통하고 식당에도 판다. 작년에만 인근 농가에서 사들인 산나물과 배추가 14t에 달한다.

금산 토박이인 그와 농업의 인연은 고등학교 때 시작됐다. 농업고를 다니면서 양계 농장 실습을 갔다. 양계 농장을 그만둘 때 주인으로부터 병아리 103마리를 선물받았다. “방 온도를 맞춰 어느 정도 키워놓으니 동네 어르신들이 한 마리에 500원씩 주고 사겠다고 하더라고요.”

병아리를 키워 팔아 적잖은 재미를 본 고교생은 졸업 후 본격적인 닭 사육을 시작했다. 친척의 조그만 땅을 빌려 닭을 키워 팔았는데 꽤 쏠쏠했다. 닭을 길러 유통업체에 넘기는 과정에서 농축산물은 유통비용이 훨씬 더 크다는 점도 알게 됐다. 양계를 하면서 닭 유통에도 뛰어들었다. 23세 때다. 그때 경험이 지금 산에서 산약초를 키우고 가공, 유통, 식당까지 운영하는 기반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주변에서 성공했다는 평을 듣지만 김 대표에겐 더 큰 꿈이 남아 있다. 산과 농장을 멋진 ‘약초 휴양림’으로 꾸미는 계획을 조금씩 실천하고 있다. 방문객이 산과 농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산에 1730m 길이의 모노레일도 깔았다. 약초 체험과 효소 관광 등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숙박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펜션도 갖춰놓고 있다.

금산=FARM 고은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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