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푸아 창업자가 관람객들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앨런 푸아 창업자가 관람객들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당뇨는 대표적인 성인병 중 하나다. 처음에 특별한 증상이 없는 이 병은 장시간 방치하면 시력 상실, 신장 장애 등 여러 합병증을 불러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당뇨 질환자들은 혈당을 높이는 식품의 섭취를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대표적인 음식이 아시아권의 주식인 흰쌀밥, 빵, 국수 등이다. 그래서 국내 당뇨병 환자들은 주로 흰쌀밥 대신 현미밥이나 잡곡밥을 먹는 게 좋은데 평생 즐겨 먹어온 음식을 한순간에 바꾸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싱가포르대 경영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앨런 푸아 씨의 가족도 당뇨병을 앓았다. 그의 할머니와 삼촌은 당뇨 관련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어머니도 당뇨 증세로 일상에서 불편한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당뇨병 자체뿐만 아니라 당뇨를 완화하기 위해 식단을 바꾸는 고통도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푸아씨는 “좋아하던 치킨라이스조차 현미로 먹어야 한다는 것을 당뇨병 환자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며 “건강식을 매일 챙겨 먹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더 엣지 싱가포르와 푸드내비게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푸아씨의 이런 경험은 그가 당뇨 질환자를 위한 식품을 개발하는 알케미푸드테크를 창업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같은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 베를린 고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손잡고 혈당 수치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기존의 맛과 질감, 색감을 유지한 흰쌀밥을 개발하는 연구에 뛰어들었다. 바이오테크, 푸드테크, 의약 지식을 모았다. 3년 반 동안 다양한 재료로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두 창업자는 식물에서 추출한 다섯 가지 섬유질로 구성된 분말인 ‘다이아베텍(diabetec)’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추가적인 연구를 더해 ‘5이브리플러스(5ibrePlus)’라는 제품을 완성했다. 푸아 창업자는 “파우더는 글루텐이 없는 순수 식물성”이라고 설명했다.

분말 사용법은 간단하다. 밥이나 빵, 국수를 만들 때 이 파우더를 넣기만 하면 된다. 고 CTO는 “흰쌀밥을 지을 때 이 파우더를 쌀 중량의 10% 정도 넣으면 당지수(어떤 음식이 혈당을 얼마나 증가시키는지 파악하는 지표)가 현미밥 수준으로 떨어지고 섬유질은 12배 이상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 분말은 빵과 국수에도 사용할 수 있다. 알케미푸드테크는 동물실험과 인체실험 등을 통해 이 같은 효과를 확인, 특허를 출원 중이다. 푸아 창업자는 “혈당지수를 낮추면서도 기존의 쌀밥, 국수, 빵과 동일한 맛과 질감을 낸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 쌀밥 가격이 많이 비싸다는 점이다. 대량 공급 설비를 갖추지 못해서다. 고 CTO는 “지금은 기존 쌀밥에 비해 30~50% 정도 비용이 더 많이 든다”며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케미푸드테크의 개발은 자국인 싱가포르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싱가포르는 인구 9명당 1명꼴로 당뇨병을 앓고 있을 정도로 당뇨 환자 비율이 높다. 정부가 ‘당뇨병과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다. 이런 이유로 싱가포르 식품업체도 알케미푸드테크와 제휴를 맺고 관련 상품에 뛰어들고 있다. 알케미푸드테크는 현지 제빵업체인 가드니아, 빵의 일종인 번 제조업체 림키, 국수를 생산하는 TSK 등 4개의 대형 식품업체와 공동으로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FARM 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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