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향가 연구자 김영회 씨 "기존 향가 해석은 태반이 오류…소리 아닌 의미로 풀어내야"
“‘소리’로 풀던 향가 속 한자를 ‘의미’로 풀어보면 전혀 다른 내용이 됩니다. 제 이론이 맞다면 지난 100년간 해독한 신라 향가는 전량 폐기돼야 합니다.”

어렸을 적 한학을 공부하고 향가를 수십 년간 연구해온 김영회 씨(사진)는 지난달 31일 출간한 향가 이론서 《천년 향가의 비밀》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저자가 향가 해독에 매달린 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민족문학 형태인 향가가 일본인 방식에 의해 해석되며 발전적으로 계승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향가 해독은 1918년 일본의 가나자와 쇼자부로 박사가 ‘처용가’를 시험해독한 데서 시작됐다. 1929년 당시 경성제국대 오쿠라 신페이 교수가 ‘향가 및 이두의 연구’란 논문을 발표했다. 오쿠라 교수는 이 논문에서 ‘향가 원전 속 한자는 신라시대 우리말 소리를 표기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저자에 따르면 오쿠라 교수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만엽집’과 같은 방식으로 우리 향가를 ‘일본 말소리’처럼 해석했다.

고(故) 양주동 박사도 오쿠라 교수 연구법을 보완해 20세기 조선 최고의 책으로 꼽히는 《조선고가연구》를 썼다. 그는 “그랬던 양 박사마저도 ‘오쿠라 해독 태반이 오류’라고 분노했다”고 말했다.

[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향가 연구자 김영회 씨 "기존 향가 해석은 태반이 오류…소리 아닌 의미로 풀어내야"
그가 찾은 해독법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다를까. 100년 동안 향가는 두 가지 열쇠로 해석돼 왔다. 전체적으로는 ‘소리’로 풀고 나머지는 보조적으로 한자의 ‘의미’로 푸는 방식이다. 저자는 2년 전 향가 ‘원왕생가’의 의미를 해독하는 과정에서 향가 해독법 여덟 가지를 찾아냈다고 한다. 신라 문무왕 당시 원효스님으로 추정되는 분이 기록해놓은 향가 해독법 17자를 기초로 한 해독법이다. 오쿠라 교수 이래 학계 주장과 달리 신라인 해석법은 기본적으로 한자의 ‘의미’를 우리말 어순으로 기록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꾸짖을 질(叱)’자는 그동안 신라시대 ‘옛날 사람들의 소리’로 표기했지만 저자는 ‘향가 작자가 자신의 감정을 초자연적 현상에 알려 원하는 것을 이뤄지게 해달라는 기능적 의미’로 사용했다고 말한다.

향가 해독 역사가 100년이 됐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향가 25수, 170여 개 어구 중 102구는 아직껏 해독을 못하고 있다. 향가 연구 권위자인 김완진 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도 “앞으로 향가가 완독되려면 적어도 5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자는 “나의 향가해독법으로 책 2장 중 두 번째인 ‘안민가’ 등을 비롯해 난독구라 불리는 미해독구 102구를 모두 해독했다”며 “막히지도 않았고 직역으로 정확히 해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해독법을 계기로 학계가 향가 해석에 대한 검증을 계속 이어나갔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