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수의사 자살률이 유난히 높은 이유는?
가끔은 실용적인 것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책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미지의 세계를 찾아 나서는 것처럼 말이다. 스티븐 코틀러가 쓴 《인간은 개를 모른다》(필로소픽)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저자가 유기견 보호소 ‘란초 데 치와와’를 설립한 뒤 운영한 체험담을 정리한 책이다. 반려견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세상에서 반려견과 이들을 키우는 사람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싱귤레리대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다이어맨디스와 《어번던스》의 공저자로 저자를 먼저 알게 됐다. 이 책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저자들이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관련한 책을 찾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책이다.

저자는 현재 뉴멕시코주의 치마요에서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다. 반려동물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죽음 이후에 사람이 겪는 슬픔은 가까운 친인척이 죽음을 맞았을 때보다 더 크다고 한다. 특히 복합적인 슬픔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고통을 겪게 된다. 반려견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반려견 죽음의 후유증으로 수의사들의 자살률이 유난히 높을 정도다.

미국에서 수의사 자살률이 유난히 높은 이유는?
얼마 전 국내에서도 한 비영리단체의 반려견 안락사 문제가 큰 이슈가 됐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동물보호소에서 매년 2000만 마리의 동물이 안락사했다. 오늘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지만 연간 수백만 마리가 여전히 안락사 대상이 되고 있다. 몇 해 전 자료이긴 하지만 동물보호소가 수용하는 개와 고양이는 600만 마리에서 900만 마리 정도이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을 매년 안락사시키고 있다.

근대적 의미의 반려견 제도는 산업혁명 이후 빅토리아 시대에 여유 시간을 갖게 된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그들의 취미 활동 중 하나로 등장했다. 동물보호소에 들어간 반려견은 치료를 거친 이후 입양된다. 이들 가운데 입양이 불가능한 개들을 책에서는 ‘무기수’라 부른다. 저자가 키우는 개들은 이런 부류에 속한다.

저자는 유려한 필력으로 자신의 경험담뿐만 아니라 반려견과 관련한 연구 결과와 역사 등을 재미있게 그려낸다. 놀라운 사실은 영국에서 동물방지협회가 생겨난 해가 1824년이란 점이다. 이 협회는 1840년에 빅토리아 여왕의 동의로 왕립 동물학대방지협회로 이름을 바꾼다. 1867년엔 미국 동물확대방지협회도 탄생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반려동물을 돌보면서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게 됐다고 말한다. “우리 부부는 동물이 어떻게 죽음을 맞는지가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수개월간 물심양면으로 돌봐서 동물이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도록 한다.”

저자 부부는 경제적인 여유가 크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유기견을 돕고 있다. 이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세운 보호소가 미국 전역에 1만2000개나 된다고 한다. 저자가 말하듯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인의 생각일지 모른다. 가볍게 책을 들었지만 묵직하게 다가온다. 주말에 푹 빠져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