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이 대중화되려면 국악기업계부터 변해야 합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서울 강남의 한 국악기 매장에서 만난 박제준 궁중국악기 대표(사진)는 시종일관 국악 대중화의 필요성과 국악기업계의 각성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아버지 박성기 명인에 이은 2대 대표로 대를 이어 국악기를 제작하고 있다. 박성기 명인은 40여 년 동안 전통 국악기 원형 제작은 물론 가야금과 거문고, 해금 등을 개량화하는 작업에 힘써 왔다. 2008년 중요 무형문화재 제42호 이수자로 선정됐고, 2013년 한국문화재단으로부터 ‘명인’ 인증을 받았다.

박 대표는 국악중, 국립전통예술고, 서울예대에서 국악을 전공했다. 2009년 군 전역 후부터 아버지가 세운 궁중국악기에 들어와 악기 제작의 길을 가고 있다.

아버지에 이어 국악기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박 대표가 중점을 두는 것은 가격과 개량이다. 그는 “질 좋은 악기를 제값에 파는 것은 당연하지만 문제는 저품질 제품을 터무니없이 고가에 파는 악덕 업주들”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2013년 국악기를 한 소셜커머스 업체를 통해 판매했다. 50만원이 넘는 가야금을 30만원대에 내놨다. 손해였지만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실험적 시도였다. 첫해 소셜커머스 악기 부문에서 매출 1위를 달성했지만 최종적으로 그가 내린 결론은 ‘실패’였다. “어느 날 한 학생이 우리 악기를 고치러 회사를 방문했는데 그 악기를 700만원에 샀다는 거예요. 누군가 악기를 대량으로 구매해 20배 가격으로 재판매한 거죠.” 그는 바로 소셜커머스 판매를 중단했다. 박 대표는 “국악계에 악기 리베이트도 만연하다”며 “표준화된 가격이 없으니 ‘깜깜이 소비’를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악기 개량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국악기 음계와 음량의 한계를 극복하는 개량 작업과 함께 악기 자체의 내구성을 높이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박 대표는 “오래 쓰면 갈라지는 가야금 안족(줄 받침대)을 플라스틱으로 교체하면 거의 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며 “내구성이 강한 플라스틱 가야금을 만드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