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예쁘지만 같이 놀아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요 _ 사진 게티 이미지 뱅크
아이는 예쁘지만 같이 놀아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요 _ 사진 게티 이미지 뱅크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새 생명을 낳고 키우는 일만큼 거룩하고 보람있으며 뜻깊은 일도 없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보람과 즐거움이 큰 만큼 어깨 또한 무겁기 마련이고 이는 전업맘이고 워킹맘이고, 엄마고 아빠고를 떠나 구분이 없는 진리다.

초등학생들이 한창 방학을 맞은 때 5살 터울의 아들 둘을 키우는 워킹맘의 "눈을 감으면 뜨고 싶지 않다"는 충격적인 글이 눈길을 끈다.

30대 워킹맘 A씨는 아침 7시에 일어나면 아이들 밥 차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본인의 출근 준비는 물론 아이들 깨우고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큰 아이는 학교로 둘째는 유치원에 보내고 회사에 도착하면 진이 빠진다.

큰 아이는 방학 중 돌봄교실에 다녀서 점심 도시락까지 챙겨야 한다.

네 가족이 저녁에 만나는 시간은 6시 즈음.

A씨는 "귀가하자마자 손만 씻고 옷 갈아입고 바로 저녁 준비를 부랴부랴 시작한다"라면서 "밥 먹고 청소기 돌리고 아이들 씻기면 시간은 어느덧 저녁 8-9시, 바로 잠들고 싶지만 남편과 번갈아가면서 큰아이 공부도 1시간씩 봐준다"라고 전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덧 잘 시간. A씨는 아이를 재우다 덩달아 잠들어 버리기 일쑤다.

가까스로 잠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고 살아남아 거실에 나와보면 11시.

A씨는 "그동안 남편은 거실에서 TV를 보면서 맥주 마시고 있는데 그 모습이 참 얄밉다"라면서 "식사 후 설거지를 해준다든지 퇴근해서 어느 정도 도와주긴 하지만 내 손길이 꼭 가야해서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워킹맘인 A씨가 주말이라고 맘껏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잠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도 한창 뛰어놀기 좋아할 아이들을 생각해 여기저기 놀러도 가야하기 때문이다.

A씨는 "기계도 이런 기계는 없을 것이다. 내가 선택한 길이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야 할 것이다. 왜 부모 밑에서 살 때가 좋았다고 하는지 이제서야 알겠다"라면서 "엄마가 행복하지 않으면 집안이 불행하다고 들었는데 난 전혀 행복하지 않다. 눈 감으면 뜨고 싶지 않다"라고 현실에서 느끼는 고충을 단적으로 표현했다.

이어 "아이들이 재롱피울 때 예뻐죽겠지만 그것도 잠시. 소파에 누워서 '엄마 힘들어, 엄마 아파' 이런 말만 하는 내 자신이 싫다"면서 "나도 아이들과 놀아주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나만 이렇게 사는 건지 다들 비슷한지 궁금하다"라고 글을 맺었다.

이 글에 네티즌들은 "아이 재우는거 남편이랑 번갈아 해라. 아이들도 아빠가 책 읽어주면서 재우는 거 좋아한다", "혼자 다 하려면 힘들다. 아침준비 글쓴이가 하면 아이 등원 준비는 남편이 하는게 좋겠다", "우리 엄마가 저렇게 살았는데 21세기 돼도 똑같이 사는 분이 있네", "맞벌이로 아이 키우는 게 너무 힘드니까 수입이 줄어도 전업하게 됐다.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힘내라", "주말에 무조건 쉬고 남편한테 애들 데리고 나가라고 해라"등의 조언을 전했다.

이수연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은 "아이들 방학으로 인해 워킹맘들이 이중, 삼중고를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방학 중 아이 돌봄은 엄마 혼자 감당할 몫이 아니다. 출산 장려를 위해서라도 이웃, 직장, 사회에서 아이를 함께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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