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때 - 휘민(1974~)
지하철을 타고 가다 보면 덜컹거리는
바퀴의 율동이 갑자기 바뀌는 때가 있지

꾸벅꾸벅 졸고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크게 고개를 떨구는 때

마주 보고 있는 레일이 서로에게
한 번씩 기울어지며 균형을 맞추는

앞으로 달려가기 위해 허공에
망치질을 하며 기울어짐을
연습하는 순간

눈을 감은 채 몸의 감각으로만
그림자의 높이를 가늠해 보는

살짝, 들추어진
고독의 한때

시집 《온전히 나일 수도 당신일 수도》(문학수첩) 中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갈 때 덜컹, 하면서 몸이 잠시 붕, 뜨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을 재미있게 포착한 시입니다. 살다 보면 이제까지 해오던 일들이 삐걱거리는 날도 있고, 너무 가까워 마찰하는 관계에서 균형이 필요한 순간도 있습니다. 한 해가 가고 다시 한 해가 시작되는 1월엔 앞으로 달려가기 위해 잠시 균형을 맞추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습니다.

주민현 < 시인(2017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