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스타트업 애그리쿨의 혁신

재래식 농장보다 120배 많은 양 수확
2800만달러 투자유치…UAE 등 진출
프랑스 농업 스타트업 애그리쿨의 창업자인 공자그 그루(왼쪽)와 기욤 포디니어. /애그리쿨 홈페이지 제공

프랑스 농업 스타트업 애그리쿨의 창업자인 공자그 그루(왼쪽)와 기욤 포디니어. /애그리쿨 홈페이지 제공

프랑스 북부 농업지대인 피카르디와 파드칼레 지역에서 자란 두 명의 청년, 기욤 포디니어와 공자그 그루는 도시로 이사한 뒤 맛본 과일과 채소의 맛에 충격을 받았다. 고향에서 먹었던 그 과일 맛이 아니었다. “도대체 맛있는 과일과 채소는 다 어디로 간 걸까. 맛있는 과일과 채소를 먹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달 초 2800만달러(약 316억원)의 투자를 받은 농업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애그리쿨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두 청년에 의해 생겨났다. 포디니어와 그루 창업자는 생산지와 소비 지역이 너무 멀다는 것이 근본 문제라고 생각했다. 유통업체들이 맛있는 품종보다 장거리 운송에 적합한 단단한 품종을 선택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이유로 과일이 채 익지 않아 단단한 상태에서 수확하는 일도 빈번했다. 포디니어는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맛이 없는 딸기와 토마토가 유럽 전역을 장악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농장을 도시 근처로 옮겨올 방법을 고민했다. 결론은 실내농장이었다. 그루의 삼촌 아파트에서 딸기 실내 재배를 실험했다. 아이들 놀이방을 실내농장으로 꾸몄다. 2015년 봄 딸기를 수확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실내농장의 범위를 확장했다. 바로 컨테이너였다. 레고처럼 재활용할 수 있고, 도심 어느 곳에도 설치할 수 있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그루의 부모가 운영하던 농장의 낡은 컨테이너를 실내농장으로 개조해 딸기농사 실험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해 말 컨테이너 농장을 파리 시내 한복판 베르시공원에 세웠다. 이른바 ‘30㎡의 과일 파라다이스’다.

30㎡ 넓이의 컨테이너는 야외 주차구역 두 칸의 공간만 있으면 설치할 수 있다. 이곳에서 딸기를 수경재배 방식으로 키우고 있다. 내부 벽면을 따라 컨테이너당 4000그루의 딸기나무를 심었다. 영양 관리, 관개, LED 조명, 이산화탄소 공급 등은 원격 제어 방식을 통해 이뤄진다. 애그리쿨은 전통식 재배에 비해 같은 면적에서 120배 많은 양의 딸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직 농장의 친환경적인 측면도 강조한다. 애그리쿨에 따르면 컨테이너 농장에선 물 소비량이 전통식에 비해 90%나 줄어든다. 필요한 에너지도 순환식 친환경적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2016년 처음 420만달러의 투자를 받아 컨테이너 농장을 3개로 늘렸고, 지난해 910만달러를 추가로 투자받아 작물 신선도까지 감안한 4개의 ‘쿨테이너’를 운영하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이들이 중시한 것은 맛이었다. 포디니어는 “딸기 맛을 개선하기 위해 14명의 농업 전문가를 포함한 30명의 엔지니어가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유통업체와 달리 운송의 편리성보다는 맛과 영양이 가장 좋을 때 수확한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자체 조사에서 애그리쿨의 딸기는 일반 슈퍼마켓에서 팔리는 딸기에 비해 당도가 20% 높고, 비타민C 함량은 30%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유통 단계까지 성장하기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뛰어넘어 올초부터 프랑스의 고급 식료품점인 모노프리에서 딸기를 판매했다. 4개의 쿨테이너에서 생산된 7t에 이르는 물량이다.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지난 7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테스트 컨테이너 농장을 설치해 딸기를 생산하고 있다.

프랑스 식품기업 다농과 투자은행 BPI프랑스 등에서 투자받은 2800만달러도 대부분 사업 확장에 쓸 계획이다. 2021년까지 파리와 두바이에 100개의 컨테이너를 짓는다는 목표다. 회사 관계자는 “2030년까지 소비되는 과일과 채소의 30%가 도시에서 자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FARM 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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