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7일 청와대 앞에서 GTX-A 선로 변경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7일 청와대 앞에서 GTX-A 선로 변경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지하 40m 밑에 건설되는 ‘대심도(大深度) 터널’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의 일부 구간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파주 운정~서울 삼성)을 대심도 터널로 건설할 계획이지만 인근 지역 주민들은 “지반 붕괴 위험이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안해하는 주민들의 심리는 이해하지만 이 같은 우려가 상당 부분 과장돼 있는 만큼 정부가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리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심 지하터널 안전성 논란…'암초' 만난 GTX-A
국토교통부는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GTX-A노선 착공식을 열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관련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등 6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착공식에서는 GTX-A 사업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피켓 시위도 벌어졌다. 서울 용산구 후암·갈월·동자동 주민 10여 명이 ‘붕괴 위험’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했다. 이곳 주민들로 구성된 GTX-A노선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도 집회를 열고 GTX-A 선로 변경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노후 주택과 인구가 밀집한 지역을 GTX-A가 관통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주민들의 안전을 시험대에 세워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용산구뿐만 아니라 강남구도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노선 일부가 주택가 지하로 예정돼 안전과 소음, 진동 등 주거환경 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국토부에 유감을 표명했다. 앞서 파주 교하지구 8단지 주민들은 노선이 교하 열병합발전소와 아파트 밑으로 지나도록 설계됐다며 국토부에 호소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대심도 터널에 대한 주민 우려는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 사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구로항동지구현안대책위원회는 25일 집회를 열고 항동지구 주택 지하 40m 위치에 건설되는 온수터널 건설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붕괴 위기에 처했던 상도유치원과 같은 사고가 대심도 터널로 인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심 지하터널 안전성 논란…'암초' 만난 GTX-A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과장된 공포”라고 설명한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하 40m는 단단한 암반으로 이뤄져 있는 데다 충분히 깊어 발파 공사로 발생하는 압력이 주변으로 완전히 분산된다”며 “대심도 터널 공사가 지표면에 있는 구조물의 안전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하 15~20m에 지어지는 지하철도 서울 도심을 통과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느냐”며 “설사 지질이 불안정하더라도 국내에 그에 맞는 다양한 공사 기법과 노하우가 충분히 축적돼 있다”고 강조했다.

곽종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본부장도 “GTX-A는 구간별 지반 조건 및 주변 환경을 반영해 발파 공법, 기계식 굴착 공법(TBM) 등을 선택적으로 사용한다”며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최근 잇따른 안전사고로) 주민들의 공포가 적지 않은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진/양길성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