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관우·이보아 교수 "웅황, 1년만에 주황색→노란색"
"박물관 조명 LED 교체 시 안전장치 마련해야"
"박물관 LED 조명, 전통안료 웅황 색깔 바꾼다"
국공립 박물관과 사립 박물관들이 조명을 교체하면서 선택하는 발광다이오드(LED)가 전통회화에 사용된 일부 전통안료를 변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관우 서강대 화학과 교수와 이보아 중앙대 컴퓨터예술학부 교수는 "국내 박물관이 많이 사용하는 고연색(高演色) LED 조명이 조선시대 그림에 많이 쓰인 주황색 안료인 웅황(雄黃)을 노란색으로 바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웅황은 비소계 주황색 광석으로, 약으로 쓰기도 하지만 초상화와 불화 같은 그림을 그릴 때 안료로 사용하기도 했다.

신 교수 연구팀은 서강대가 개발한 LED 가속 노화 장치를 통해 하루에 8시간씩 8년간 전시하면 여러 전통안료가 어떠한 변화를 보이는지 관찰했다.

연구 대상은 주황색 웅황을 비롯해 초록색 석록, 붉은색 주보사, 흰색 연백, 푸른색 석청으로 선정했다.

신 교수와 이 교수는 "석록, 주보사, 연백, 석청과 달리 웅황은 박물관이 주로 사용하는 고연색 LED 조명과 일반 LED 조명에 관계없이 변색했다"며 "일반 전시환경에서는 1년도 지나지 않아 색이 확연히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안료나 염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진 자외선(UV)과 청색 파장 외에도 LED 조명에 포함된 녹색 파장이 웅황을 화학적으로 변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웅황은 비소와 황이 결합한 특별한 구조일 때 주황색이지만, 빛을 받으면 노란색으로 엷어지는 화학구조를 띤다"며 "다른 전통안료도 LED 조명으로 변색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물관 LED 조명, 전통안료 웅황 색깔 바꾼다"
최근 네덜란드와 벨기에 과학자들이 반 고흐가 그린 '해바라기'를 분석한 뒤 일부 노란색 물감이 빛에 노출되면 서서히 변색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처럼 전통회화도 LED 조명에 의해 변색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두 사람은 지적했다.

신 교수는 "많은 박물관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전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할로겐 조명을 LED 조명으로 바꾸는데, 추가 연구를 통해 적절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박물관에서 조명은 전시품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보존에 악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며 "무분별하게 박물관 조명을 LED로 바꿔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사 결과를 정리한 논문은 네덜란드 엘제비어 출판사가 펴내는 학술지 '문화유산 저널'(Journal of Cultural Heritage) 누리집에 지난 11월 27일 게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