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현 기자의 독서공감

츠타야, 그 수수께끼
[책마을] 서점을 사양산업 취급할 때 日 츠타야는 '취향'을 팔았다

올해 만난 출판업계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하소연은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이다. “안 읽어도 너무 안 읽는다”고 했다.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출판 강국’ 일본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본의 출판시장 규모는 1996년 2조600억엔에서 2014년 1조6000억엔으로 줄었다. 서점 수도 같은 기간 2만3000여 개에서 1만3000여 개로 감소했다. 이런 출판시장의 내리막길이 눈에 뻔히 보이던 2011년 도쿄 시내 1300㎡ 부지에 서점이 들어섰다. 다이칸야마에 있는 츠타야 서점이다. 이곳엔 책뿐 아니라 음악, 음식, 전자제품 등이 있다. 평일 약 1만 명, 휴일엔 2만 명가량이 찾는다. 다이칸야마역 이용자는 서점을 열기 전보다 20% 늘었다. 주변은 도쿄의 새로운 쇼핑 명소로 떠올랐다.

‘왜 하필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는 서점을 택했을까’ ‘온라인 시대에 왜 대규모 오프라인 매장을 고집할까’ ‘사람들은 왜 그곳에 오래 머물고 싶어 할까’. 《츠타야, 그 수수께끼》는 츠타야 서점을 창업한 마스다 무네아키 컬처컨비니언스클럽(CCC) 최고경영자(CEO)와 가와시마 요코 ifs미래연구소 소장과의 대담을 통해 수많은 ‘왜’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외관상 가장 큰 특이점은 진열 방식이다. 소설, 에세이, 실용서 등으로 책을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로 구분한다. 자동차 코너라면 나라별 자동차 브랜드 관련 책뿐 아니라 차 모형과 용품을 함께 전시하는 식이다. 요리와 여행, 영화와 건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효율은 떨어진다. 기존의 분류 체계를 무너뜨려야 하고 관리도 쉽지 않다. 마스다 CEO는 이에 대해 “효율을 좇는다고 행복해지지 않는다”고 답한다. 그는 츠타야를 서점이 아니라 생활을 기획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가슴 뛰는 생활테마를 소개해 읽고 싶은 기사가 100여 개 실린 잡지’에 츠타야 매장을 비유한다.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에 중요한 것은 고객 취향이고 온라인 시대에 오프라인 공간은 특별한 경험과 설렘을 주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고 전략이다.

행복도 좋고 취향도 좋다. 기업의 본질은 이윤 창출이다. 돈은 벌고 있을까. 1983년 오사카에 처음 츠타야 서점을 낸 이후 CCC는 일본 전역 1400개 매장에서 연 2000억엔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츠타야 서점의 포인트카드 겸 신용카드인 T카드를 쓰는 회원만 6700만 명이 넘는다.

마스다 CEO의 기획은 진행형이다. 3년 전 그는 도쿄 세타가야에 ‘츠타야 가전’을 선보였다. “가전이 아니라 생활을 판다”는 발상의 전환이 츠타야답다. 본질은 보지 못한 채 환경만 탓하고 있진 않은지, 효율을 앞세워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수수께끼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다 보면 기업과 경영이 아니라 나 자신의 삶부터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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