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50代, 자존심은 버리고 자존감을 지켜라
‘100세 시대’의 전반전은 50세 이전이다. 정신없이 달리다 어느새 인생의 반환점에 선 중장년층은 평생 직장의 개념이 없어진 오늘의 현실에 맞닥뜨리고 있다. 《다운시프트》는 살아온 세월만큼을 더 살아내야 하는 4050세대에게 불안하고 막막한 현실을 넘어설 새로운 관점과 생각을 제공한다.

저자는 국내외 금융회사에서 경영전략, 리스크관리, 인사관리 업무를 담당하며 40년 가까이 금융 분야에서 일해왔지만 “돈은 행복해지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고 단언한다. 살아가는 데 고충이 없을 정도의 돈이 있으면 좋지만 돈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돈을 손에 쥐고 쓸 줄은 모른 채 공상적인 행복에 도취된 사람이 많은 것이 씁쓸한 현실이다.

저자가 돈 대신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다운시프트다. 다운시프트란 자동차의 기어를 고단에서 저단으로 바꿔 속도를 줄이는 것을 뜻한다. 책은 삶의 기어를 1단으로 낮춰 속도가 느리더라도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생을 살 것을 권한다. 저자는 “50세 이후의 후반생에는 성공이 아니라 성장을 추구해야 하고 목표가 아니라 목적을 중심으로 살아가야 한다”며 “그래야 삶의 본질이 보인다”고 조언한다. ‘나를 뛰어넘는 내가 되려면 자존심은 털어버리고 자존감은 철옹성처럼 지켜야 한다’ ‘웰다잉은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을 위해 중요하다’ 등의 문장들이 와닿는다.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는, 혹은 이미 후반전을 뛰고 있는 이들에게 행복과 돈의 관계, 삶의 의미와 목적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최승우 지음, 용오름, 280쪽, 1만4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