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초파리 학자의 눈에 비친 기초과학 현실
초파리 유전학자인 저자는 그러나 초파리 설명으로 책을 시작하지 않는다. 초파리 연구를 둘러싼 학계와 사회적 사건들을 먼저 보여준다. 초파리 자체보다 초파리 연구와 그 사회적 의미에 집중한 것이다. 제목인 ‘플라이 룸’은 ‘파리방’, 즉 초파리를 연구하는 실험실을 뜻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실험실 초년생 시절 미국의 거대 기초과학연구소인 자넬리아의 실적 앞에 무력해졌던 자신을 회상한다. 세상은 과학자를 논문 수, 배출한 박사학위생, 연구비 규모로 평가한다. 그 안에서 아무리 큰 헌신과 업적이라도 노벨상을 받지 못하거나 돈이 되지 않으면 잊힌다.
이 책은 조그만 초파리를 중심으로 생물학과 유전학의 방대한 영역을 종횡무진 누빈다. 초파리는 더 이상 연구가 힘들 정도로 오랜 시간 다뤄진 주제지만 한국에서의 연구는 없다시피 하다. 유전자 비밀을 파헤치는 과학자의 역할은 사회가 기초과학을 보듬을 수 있을 때 비로소 꽃필 수 있다. 기초과학이 잘 뿌리내렸다고 보기 힘든 한국의 현실에서 한 초파리 과학자가 펴낸 과학, 그리고 사회 이야기가 흥미롭다. (김우재 지음, 김영사, 308쪽, 1만4800원)
주은진 기자 jinz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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