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모빌리티산업 뜨거운데…쳐다만 보는 한국
2040년 서울에 사는 김씨 가족은 일본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인공지능 비서가 제안한 여행 방식은 카셰어링 회사의 자율주행차를 빌려(렌트해) 부산으로 내려간 다음 페리에 차를 싣고 일본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렌트한 자율주행차의 동력원은 전기다. 호텔에 도착하면 사람들을 내려준 차는 스스로 주차장으로 이동한다. 충전, 세차가 필요한 경우에는 차가 스마트폰에 전송한 메시지를 이용자가 승인하면 알아서 서비스 스테이션에 다녀온다.

이것은 자율주행, 카셰어링, 전기차와 같은 모빌리티산업이 가져올 미래의 모습이다. 이미 미국과 중국의 호텔 및 공항은 우버와 디디추싱으로 대표되는 라이드셰어링(카풀) 차량 사용을 위한 방향표지판과 전용공간을 설치할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세계의 많은 도시들에서는 자전거, 전기자전거, 스쿠터 등의 공유경제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공유자전거 기업인 오포와 모바이크는 기업가치 10억달러가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의 전동스쿠터 공유서비스 기업인 버드는 설립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혁신전략연구소 정책위원은 《이동의 미래》에서 이동을 위한 모든 수단을 말하는 모빌리티산업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빌리티 수단의 변화는 단순히 기술의 변화뿐만 아니라 일자리와 직업에 영향을 주고 모빌리티와 연관된 다양한 서비스산업의 변화도 동반한다.

현재 모빌리티산업의 최대 격전지는 자율주행차다. GM 포드와 같은 완성차업체는 물론이고 구글 바이두 애플 소프트뱅크 같은 기술기업, 우버 같은 라이드셰어링 기업까지 자율주행차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기업들은 연합전선을 형성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고 노력한다. 100년 넘게 경쟁해온 전통적 라이벌 기업 다임러와 BMW는 지난 3월 각사의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부를 조인트벤처 형태로 합병했다. 소프트뱅크는 GM의 자율주행솔루션 기업인 크루즈오토메이션에 22억5000만달러, 우버에 9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2009년부터 자율주행차 연구개발에 본격 뛰어든 구글은 현재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6년 자율주행차를 전담하는 웨이모를 설립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 최초로 캘리포니아에서 스티어링 휠, 브레이크 페달 등 조작기가 없는 자율주행차 40대를 시험 운행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자율주행차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인터넷 기업 바이두는 개방형 플랫폼인 아폴로를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처럼 완성차 업체들이 아폴로를 탑재하면 자율주행차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와 자율주행차는 한국에서만 금지되고 ‘미래’의 산업으로 불린다. 다른 나라에서는 스마트폰 하나로 서비스를 활용하고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재’의 시스템이다. 라이드셰어링은 택시기사들의 반대로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있다. 중국 또는 유럽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공유자전거는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따릉이’로 인해 민간시장이 생겨나지도 못했다. 저자는 “한국 시장이 테스트베드 역할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모빌리티와 자율주행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에는 이미 늦었다”며 “선진국 및 해외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생각한다면 특단의 조치를 통해 기술개발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