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을 둘러싼 ‘인피니티 워(Infinity War·끝없는 전쟁)’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넷플릭스에 대적하기 위해 월트디즈니,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내년 잇달아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OTT) 서비스를 선보인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되는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체험을 극대화하는 ‘실감형 콘텐츠’ 시대도 열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대한민국 콘텐츠산업 2018년 결산과 2019년 전망’을 발표했다. 송요셉 콘텐츠진흥원 정책2팀장은 “플랫폼이 콘텐츠 시장의 주요 무기로 떠오르고 있고 사용자들의 플랫폼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콘텐츠 생태계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116조로 덩치 커진 콘텐츠시장…내년엔 플랫폼 전쟁 본격화
수입은 줄고 수출은 늘어

콘텐츠진흥원은 올해 국내 콘텐츠 매출이 작년보다 5.2% 늘어난 116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출판 매출이 전년 대비 0.3% 감소한 것을 제외하곤 음악, 방송 등 전 분야에서 고르게 성장했다. 콘텐츠 수출액은 같은 기간 8.8% 늘어나 75억달러를 기록했다. 백승혁 콘텐츠진흥원 미래정책팀장은 “수입액은 5년간 연평균 9% 감소했는데 수출은 같은 기간 연평균 9% 늘었다”며 “국내 콘텐츠의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올해 가장 큰 변화로는 한국형 문화와 콘텐츠가 해외로 확산된 것을 꼽았다.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처럼 아이돌과 친구처럼 소통하고 굿즈를 구매하는 방식의 한국형 팬덤이 널리 전파됐다. 또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고애신과 같은 능동적 여주인공이 부상하고 ‘댄싱하이’ 등 10대 중심 예능이 등장한 점이 특징이라고 했다.

새 플랫폼·콘텐츠 쏟아진다

내년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플랫폼과 콘텐츠가 대거 등장한다. 콘텐츠에 집중했던 월트디즈니는 자체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를 내년 선보인다. 유튜브는 그동안 유료로 제공하던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프리미엄’을 2020년까지 무료로 전환한다. 애플도 내년에 아이폰 및 아이패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통신회사 AT&T도 미디어 그룹 타임워너를 인수해 자체 플랫폼을 만든다.

5G 기술이 상용화되면 실시간 표정, 움직임 등을 가상 캐릭터에 그대로 적용하는 실감형 콘텐츠가 쏟아질 전망이다. 새롭게 보급될 폴더블 스마트폰은 이런 콘텐츠를 담는 그릇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이용 방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폴더블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영상을 시청하면서 다른 앱(응용프로그램)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기존 스마트폰에선 영상을 볼 때 다른 앱 사용이 불가능했다. 또 시각적 효과가 극대화된 큰 화면으로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레거시 콘텐츠와 실버 층 부활

레거시(legacy·유산) 콘텐츠도 부활한다. 동영상에 밀렸던 오디오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작년 1월 시작된 네이버의 ‘오디오클립’과 같은 서비스가 많아질 전망이다. 넷플릭스도 내년 1분기 코미디 분야에서 오디오 방송을 선보인다. 인공지능(AI) 스피커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여기에 탑재될 오디오 콘텐츠도 늘어난다.

젊은 층이 주도했던 콘텐츠 시장에서 50~60대의 실버 서퍼(Silver Surfer: 경제력이 있으면서 능숙하게 조작할 줄 아는 장년층)가 새롭게 부상한다. 현재 50대는 전 세대 중 유튜브 이용률 3위에 올라 있다. 지난 8월 한 달간 한국의 연령대별 유튜브 이용시간은 10대 112억 분, 20대 65억 분, 50대 64억 분으로 50대가 20대와 거의 비슷하다. 뷰티 영상을 찍은 박막례 할머니, 최고령 먹방 유튜버인 김영원 할머니 등 실버 크리에이터도 증가하고 있다.

송 팀장은 “실버 층이 생산과 소비를 함께하는 새로운 ‘프로슈머’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