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교보생명 건물의 글판.
광화문 교보생명 건물의 글판.
대산의 제안으로 서울 광화문네거리 교보빌딩에 ‘광화문글판’이 처음 걸린 것은 1991년 1월이다. 초기에는 계몽적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대산은 “기업 홍보는 생각지 말고 시민에게 위안을 주는 글판으로 운영하자”고 말했다. 이때부터 광화문글판에는 시심(詩心)이 녹아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성격이 바뀐 광화문글판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시민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글판에 적히는 것은 30자도 안 되는 짧은 글이지만 큰 울림이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주변 풍경은 바뀌었지만 광화문글판은 28년째 같은 자리에서 바쁜 일상 속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토닥이고 있다.

그간 글판을 수놓은 글귀는 88편에 이른다. 공자, 헤르만 헤세, 파블로 네루다, 서정주, 도종환, 김용택 등 60여 명에 이르는 현인과 시인의 작품이 광화문글판으로 재탄생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계절에 따라 어떤 글귀가 등장할지 시민들이 궁금해할 정도로 광화문글판은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