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대표적인 음주 습관 중 하나는 폭음이다. 많이도 먹는데 위험하게 마신다. 국내 숙취해소음료 시장이 매년 성장해 1800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도, 밀크티슬과 헛개 등 간에 좋다는 천연 원료들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 기능성 물질에 대해 연구하는 서우덕 농업연구사(사진)가 새싹보리에 주목한 것도 한국인의 음주 습관과 닿아 있다. 새싹보리에서 숙취해소를 돕는 ‘알코올성 간 기능 개선 효과’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서 연구사는 “새싹보리의 알코올성 지방간 경감 효능이 헛개보다 약 1.8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헛개보다 숙취해소 효과 1.8배↑…새싹보리에 주목한 '보리 박사'
새싹보리는 새로운 농작물이 아니다. 벼농사가 끝난 뒤 씨앗을 뿌려 키우는 일반 보리다. 싹을 틔우고 15~20㎝ 정도 자랐을 때 베어내는 어린잎을 새싹보리라고 부른다. 일반 보리는 10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키우지만 새싹보리는 가을에 두 번, 봄에 두 번 1년에 네 번까지 수확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에 입사해 경남 밀양에 있는 기능성작물부에 배치받은 서 연구사는 2009년 2월 연구용 농장을 견학하다가 겨울인데도 파릇파릇 싹이 돋아난 한 농지를 발견했다.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기능성 물질을 연구하는 천연물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당시만 해도 농업 현장에 대해 잘 몰랐다. 그는 선배에게 “이렇게 추운데 어떻게 싹이 자랄 수 있냐”고 물었다. 농업 전문가 선배의 대답은 “보리니까 그렇지”였다.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한 서 연구사는 이듬해부터 보리 연구를 시작했다.

“겨울에 싹을 틔운다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추위)를 극복하기 위한 물질들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입니다. 이 물질들은 독성이 있거나 기능성이 있어요. ”

그는 새싹보리에 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중국의 의약 고전서적인 ‘성혜방’에서 새싹보리의 효능에 대한 문구를 찾았다. 국내에서는 예로부터 전라도 지방에서 새싹보리를 먹었다는 기록도 있었다.

먹을 수 있는 식품이라는 확신이 든 뒤에는 성분 연구에 들어갔다. 새싹보리엔 간 기능 개선 효과가 있는 사포나린과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여주는 폴리코사놀이라는 성분이 특히 많이 있다. 서 연구사는 그중에서도 사포나린에 주목했다.

“2016년 동물실험에서 사포나린을 투여한 경우 중성지질이 23% 낮아지고 간 손상을 나타내는 효소 분비는 절반 이하로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밀크티슬와 헛개나무 추출물 대비 알코올성 지방간 경감 효능이 각각 1.5배와 1.8배 우수한 것도 발견했고요. 새싹이 많이 열리는 보리 품종 큰알보리1호 개량에 힘을 쏟았습니다.”

그의 새싹보리에 대한 연구는 정체된 국내 보리 시장을 되살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5개 식품업체에서 녹즙과 보리환, 보리음료 등을 판매해 1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CJ헬스케어의 새싹보리차, 새뜸원의 보리환 등이 판매되고 있다. 올해 보리 관련 제품의 매출은 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새싹보리는 농가가 쉽게 재배할 수 있어 100% 국산 원료를 쓰는 것이 가능한 품목입니다. 식품업계도 새로운 소재에 목말라하고 있어 시장 전망도 밝습니다.”

전주=FARM 강진규 기자

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14031085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