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르누아르 '오달리스크'
서양인들은 대체로 제스처가 과장됐다. 큰 강이나 산을 사이에 두고 언어체계가 다르다 보니 소통의 방식으로 몸짓언어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서양미술에서도 사람들의 몸짓 표현을 스토리텔링의 형상화 수단으로 활용했다.

프랑스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가 1870년 완성한 ‘오달리스크’는 길게 누워 있는 여성의 몸짓을 통해 에로티시즘 미학과 관능미를 살려낸 대표작이다. 터키 궁궐에서 황제의 시중을 드는 여인(오달리스크)의 몸짓을 다소 파격적인 자세로 포착했다. 베개로 상체를 지탱하면서 비스듬히 누운 채 고개를 바짝 세운 여인은 관람객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매력적인 여성이 욕망에 사로잡힌 남성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고혹적인 표정을 짓고 있다. 옷을 입고 있는데도 마치 알몸인 것처럼 퇴폐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여인의 오묘한 표정에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낼 것만 같은 화려한 의상과 바닥에 깔린 고급 양탄자를 변주해 미감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도자기와 과일을 은은하게 빛나도록 배치해 리얼리티를 더했다. 그림 속 요소 하나하나를 강조하며 전체적으로 어우러지게 한 것도 색다르게 다가온다. 지나가는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마력과 에너지가 느껴진다. 작은 소재 하나하나 신경 쓰며 고민한 흔적에서 대가의 집중력과 세밀한 완성도를 엿볼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