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각저총 벽화에도 남아…"한민족 혼을 담은 신체 언어"
씨름은 공동체 유대에 기여한 한민족 전통놀이
남북이 처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공동 등재한 '씨름, 한국의 전통 레슬링'(Traditional Korean Wrestling, Ssirum/Ssireum)은 공동체 연대와 유대에 기여한 전통놀이다.

모래판 위에서 상대방을 당기거나 밀고, 메치거나 뒤집는 각종 기술을 통해 박진감을 선사하고, 관중의 흥을 돋웠다.

26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중국 지린성 지안(集安)에 있는 고구려 고분 각저총(角抵塚) 벽화는 씨름의 유구한 역사를 입증하는 유물이다.

널방 한쪽에 두 사람이 상대 허리춤을 붙잡고, 몸을 숙인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됐다.

심승구 한국체대 교수는 "문헌상 씨름 첫 기록은 고려 후기인 14세기 초반에 등장한다"며 "고려사에 충혜왕이 국정을 대신에게 맡기고, 날마다 내시들과 오락용 씨름인 '각력희'(角力戱)를 했다는 대목이 있다"고 설명했다.

씨름은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세시풍속으로 자리 잡는다.

16세기 무렵부터 단오에 여성은 그네뛰기, 남성은 씨름을 즐겼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씨름 저변은 더욱 넓어졌다.

씨름은 일본 전통 무예인 스모(相撲)처럼 두 명이 맨손으로 하는 운동이지만, 다리와 허리에 샅바라는 끈을 매고 다리를 이용한 기술이 발달한 점이 특색이다.

심 교수는 샅바씨름과 다리씨름에 이어 '놀이씨름'을 한국 씨름의 특징이라고 강조하면서 "조선 후기에 이르면 의례와 무예 속성보다는 누구나 참여하는 놀이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농촌에서 씨름은 개인 경기지만, 공동체 축제로도 기능했다"며 "우승자에게 소를 포상하는 관례는 씨름판을 홍보하고 달구는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박상미 한국외대 교수는 "한국에서 씨름은 신체적 건강함과 남성성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며 "세계 곳곳에 씨름과 비슷한 무형유산이 있지만, 공동체를 통해 전승됐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씨름이 한국인의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대표 유산이라는 점도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씨름은 공동체 유대에 기여한 한민족 전통놀이
인류무형문화유산은 세계유산이나 세계기록유산보다 공동체와 관련성을 중시하는데, 씨름은 한반도 각지에서 명절마다 공동체 단위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특징은 앞서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아리랑이나 김장문화와 비슷하나, 일부 공동체를 중심으로 전승되는 택견과는 다소 다르다.

무형유산위원회는 "씨름은 모든 한국인에게 전통문화의 일부로 인식된다"며 "한국에서 씨름은 가족과 지역 공동체, 학교, 대학, 씨름협회 노력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보호된다"고 밝혔다.

심 교수는 "씨름은 남한과 북한은 물론 해외에 교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도 이어진다"며 "한민족의 혼을 담은 몸의 언어이자 민족 화합을 끌어낸 구심점이 바로 씨름"이라고 주장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대한민국의 20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씨름은 상호존중과 조화를 일깨우고 단결력 촉진하는 운동"이라며 "1980년대 일었던 씨름 붐이 다시 한번 생겨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