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휴대폰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택시 승객이 목적지를 밝히지 않고 빈 택시를 호출하도록 하고, 택시가 불응하면 승차거부로 처벌할 수 있게 법제화에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승차거부를 근절할 것”이라는 찬성 의견과 “행정권 남용”이라는 반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는 공공택시 앱 ‘지브로(GBRO)’를 이른 시일 안에 개편해 모든 택시에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할 방침이다. 승객이 일정 거리 내 빈 택시를 검색한 뒤 그중 하나를 지정해 호출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고, 현재 목적지 지정 기능은 없애기로 했다. 승차거부에 지친 시민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2015년부터 지난 9월까지 승차거부로 적발된 서울택시는 2만6627건에 달했다. 번거로워 신고하지 않은 승객은 제외한 수치다. 적발 건수 가운데 자격정지 이상 중징계는 0.3%(85건), 과태료 부과는 11%(3114건)에 그쳤다. 승차거부로 신고해도 10건 중 9건은 그냥 넘어간다는 얘기다.

택시기사가 지브로 호출에 불응하면 서울시 택시정보시스템에 기록이 남고, 승차거부로 간주돼 영업정지 10일에 처해진다. 서울시는 조례를 만들거나, 국토교통부에 요청해 상위법령인 택시운송사업발전법 시행규칙 등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측은 “사업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며 즉각 반발했다. 온라인 승차거부를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손짓하는 오프라인 승객과 ‘지브로’로 지정해 호출하는 온라인 승객이 동시에 발생했을 경우, 오프라인 승객을 태웠다고 승차거부로 처벌할 순 없다. 민간 서비스인 카카오택시 호출과 지브로 호출이 겹쳤을 때도 문제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는 “택시기사의 선택권을 현저히 줄여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제화될 경우 택시업계에서 헌법소원이나 행정소송 등을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표는 “서울시의 지브로 개편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카카오택시를 겨냥한 것”이라며 “정부 기관이 민간 영역을 과도하게 침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