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선진국들, 왜 4차 산업혁명 파트너로 인도를 꼽나
인도 남부 고원지대에 자리 잡은 방갈로르는 세계적 정보기술(IT) 도시다. 1100만 명 인구 중에서 100만 명 이상이 IT 엔지니어다. 2020년에는 200만 명을 돌파해 엔지니어 규모만으로 실리콘밸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방갈로르엔 세계적 기업들이 연구개발 거점을 갖추고 있다. 1990년대에 이미 IBM,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오라클, 시스코, 필립스 등이 인도에 발을 들여놨다. 이후 구글, 엔비디아 같은 IT 기업뿐만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 GE, 월마트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도 자리를 잡았다.

이런 IT산업 중심 성장의 물결 위에 방갈로르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중심지로 각광 받고 있다. 지난해 인도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2016년 대비 세 배 증가했고, 해외 투자기업들의 투자 금액은 167억달러(약 18조9261억원)에 달했다. 최근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플립카트는 150억달러에 월마트에 인수됐다. 빅데이터 기업 뮤시그마, 모바일 광고기업 인모비 등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벤처기업인 유니콘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인도 4차산업혁명, 세계를 움직이다》는 오랫동안 인도 비즈니스 현장에서 일해온 저자들이 IT 강국에서 4차 산업혁명 국가로 거듭나고 있는 인도의 모습을 조명한다. 2017년 이후 인도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의 절반 이상은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 기반 기업이다. 지금까지 방갈로르 기업들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하청기업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최첨단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고 있을 때 방갈로르에서도 함께 연구하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 저자들은 “세계 IT 트렌드가 어디로 향하는지 보려면 방갈로르를 보라”고 조언한다.

인도에서 특히 방갈로르가 IT 산업 중심지로 떠오른 이유는 풍부한 인재 때문이다. 방갈로르에서는 인도공과대(IIT), 국립 방갈로르대, 인도이과대(IIS) 등 22개 대학이 기술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방갈로르의 IT 서비스 기업들의 규모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인도 최대 IT 서비스 기업인 TSC는 인도의 대표적 재벌기업인 타타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직원 수만 39만5000명에 달한다. 2위 인포시스는 20만 명 규모로 방갈로르에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위프로, HCL테크놀로지, 테크마힌드라 등 10만 명 이상 기업이 즐비하다.

인도의 IT 서비스 기업들은 세계 금융 관련 기업으로부터 IT 시스템 개발업무를 위임받고 있어서 블록체인에 상당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16년 말 고액지폐 사용을 폐지하는 화폐개혁을 통해 ‘현금 없는 사회’를 조성한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화폐개혁은 인도를 좀 더 투명한 사회로 바꾸는 계기가 됐고, 핀테크와 블록체인 창업 열풍을 불러왔다.

2016년 인도 최대 기업인 릴라이언스가 설립한 신생 이동통신사 지오의 등장은 인도에 ‘데이터 혁명’을 가져왔다. 지오는 한 달에 4700원 정도만 내면 매일 1GB의 데이터와 무제한 음성통화를 제공한다. 지오의 저렴한 통신비는 2016년 세계 155위였던 인도의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을 1년 만에 세계 1위로 끌어올렸다.

저자들은 “인도에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한국인들의 인도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10년, 20년 전의 모습으로 각인돼 있다”며 “인도를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비즈니스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