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5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라이온 킹’.
다음달 25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라이온 킹’.
상상 속 이야기와 주체를 생동감 있게 구현하는 무대예술의 절정이 펼쳐졌다.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을 그대로 옮겨 온 세계 1위 뮤지컬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 공연 얘기다. 무대 위뿐만 아니라 객석 곳곳에 이르기까지 공연장 전체가 원작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된 아프리카 사바나 정글로 재탄생했다. 무대 위 배우들은 정교한 시선 처리와 움직임을 통해 동물 그 이상의 ‘휴매니멀(human과 animal을 합친 말)’을 선보였다.

지난 7일부터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이 작품은 올해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힌다. 작품은 시작과 동시에 관객들을 정글 한복판으로 데려다 놓았다. 주술사 라피키가 오프닝 곡인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를 부르자 무대엔 붉은 태양이 떠오르고 기린, 가젤 등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어 객석 통로를 따라 얼룩말 코끼리 등이 줄지어 나오자 객석에선 환호가 터졌다. 이런 구성은 마지막까지 이어졌는데, 공연 내내 정글에 파묻힌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배우들은 ‘퍼펫(동물을 표현한 가면)’과 자신의 움직임을 정확히 일치시켜, 어색할 수 있는 휴매니멀 연기를 자연스럽게 해냈다. 작품에서 배우들은 얼굴과 몸을 그대로 드러낸 채 퍼펫을 착용했다. 이때 배우들은 손발 움직임을 퍼펫과 분리되지 않게 정교하게 맞춰 나갔다. 또 관객이 자신과 시선을 맞추는 게 아니라 퍼펫과 눈이 마주치도록 고개 각도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앙상블도 아프리카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앙상블이 머리 위에 잔디를 얹고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듯 안무하는 장면에선 미적 효과가 극대화됐다. 오마르 로드리게스 인터내셔널 투어 상주 연출가는 이 장면에 대해 “앙상블의 몸 자체가 초원이 된다”며 “라이온 킹 안무 중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무대 장치 활용도도 높았다. 주인공 심바의 아버지인 왕 무파사가 야생 누떼의 질주에 위협당하는 장면에선 대형 롤러를 사용한다. 여러 겹의 붉은 문이 있고 그 사이로 이 누떼의 마스크를 한 대형 롤러가 배치된다. 롤러가 움직일 때마다 누떼가 실제로 관객을 향해 거대하고 빠르게 질주하는 느낌을 줬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장점으로 꼽히는 음악은 관객들에게 아프리카의 심장 소리를 고스란히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오프닝 곡 ‘서클 오브 라이프’부터 아프리카 특색이 두드러졌으며 무대 양측엔 남아프리카 전통악기 퍼커션 연주자들이 배치돼 이 효과를 극대화했다. 심바와 날라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잇(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에선 팝 음악과 아프리카 사운드가 탁월하게 결합해 황홀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대구 공연은 다음달 25일까지다. 서울 공연은 내년 1월10일부터 3월28일까지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대구=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