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최고의 화제작을 꼽자면 단연 ‘라이온 킹’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의 공연을 그대로 옮겨 온 세계 1위의 뮤지컬 ‘라이온 킹’의 인터내셔널 투어 공연이 지난 7일부터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데요. 1997년 11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후 세계 25개 프로덕션에서 95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은 최고의 흥행작입니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이 이렇게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 공연을 위해 내한한 미국 브로드웨이 창작자들에게서 그 비결을 들어 보았습니다.
"눈과 귀로 즐겨"…뮤지컬 '라이언 킹' 인기 비결
월트디즈니의 시어트리컬 그룹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총괄 이사인 펠리페 감바는 작품의 메시지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아기 사자 심바가 아버지 무파사를 잃고 왕으로 커 나가는 성장 과정이 전 세계인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는 얘기입니다. 감바 이사는 “이 작품은 책임감을 이야기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모두가 각자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우리가 이 세계를 가족이라고 봤을 때 ‘이 세계의 일부, 가족의 일부다’라고 느끼게 함으로써 ‘라이온 킹’이 단지 남의 얘기가 아니라 나와 관련 있는 이야기임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합창 디렉터 역할을 맡은 레보 엠도 “‘라이온 킹’처럼 인간성과 인간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다룬 뮤지컬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뮤지컬이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무대에 오르는 이유”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언어 장벽이 낮은 것도 전 세계로 뻗어나간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인터내셔널 투어 프로듀서인 마이클 캐슬은 “영어로 공연되고 한글로 자막이 나가겠지만 자막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 시각적으로 압도하고 많은 사람들이 눈과 귀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습니다.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아프리카 사바나 정글을 공연장에 옮겨놓은 것도 중요한 인기 비결로 꼽힙니다. 조명 디자이너인 도널드 홀더는 700여개 조명장치를 활용해 아프리카의 강렬한 색감과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연출해 냈는데요. 그는 “끝없는 아프리카 평원과 광활하게 빛나는 하늘을 어떻게 무대화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며 “빛을 굉장히 다양하게 사용해 에너지를 불어넣고 아프리카 전통 재료나 재질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의 목표는 영원히 박제되지 않는 동물들을 무대 위에서 오래토록 구현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홀더 디자이너는 “20년 전 우리의 목표는 명확했다”며 “박물관에 박제한 동물이어선 안 된다는 것, 살아 숨 쉬는 동물과 정글을 무대 위로 올려보자는 것이었고 앞으로도 그렇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대구 공연은 다음달 25일까지 열립니다. 서울 공연은 내년 1월10일부터 3월28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집니다.

김희경 문화부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