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자신의 데뷔 앨범 ‘파가니니 : 24개의 카프리스’를 5일 발매했다. 유니버설뮤직 산하의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제작된 이번 음반은 지난 5월 3일 서울 광화문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공연을 실황으로 녹음한 앨범이다.

양인모는 2015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54회 프레미오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파가니니 콩쿠르는 살바토레 아카르도, 기돈 크레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등 거장 바이올리니스트들을 우승자로 배출한 세계 최고의 바이올린 콩쿠르 중 하나다. 당시 이 콩쿠르에서 우승자가 나온 것은 2006년 이후 9년만이라 세계 클래식계는 양인모를 더욱 놀라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지휘자 파비오 루이지는 그에 대해 “직관적인 연주자다. 그의 파가니니는 흥미롭고 품위있다”고 호평했다.

파가니니가 자신을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만든 음악가였던 만큼 양인모는 데뷔 앨범으로 그의 ‘24개의 카프리스’를 과감히 선택했다. 이날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어릴 때부터 파가니니는 대단한 존재였다. 일곱 살 때 음악을 처음 들으면서 희열을 느꼈다”며 “단순한 우상을 넘어 내게 청중과 소통의 장을 마련해주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엔 파가니니의 기교적인 화려함에 매료됐다면 이젠 이 음반을 통해 파가니니의 인간적인 면모를 더 전달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의 바이올린 인생은 처음부터 파가니니와 관계 맺고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그는 “상당수는 파가니니 곡을 콩쿠르나 시험준비곡으로 생각해 ‘어렵고 싫증 난다’며 경멸했지만 나는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즐거웠다. 처음부터 그와 관계가 좋았다”며 “콩쿠르에 우승하면서 ‘내가 파가니니를 잘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심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연주했던 24개의 카프리스 중 그가 가장 애착을 가졌던 곡은 무엇이었을까. 망설임 없이 1번과 24번을 꼽았다. 양인모는 “어릴 때 처음 이 음반을 접했을 때 1번을 들은 뒤 너무 화려하고 좋아서 2번으로 넘어가지 못한 채 반복해 들었다. 그만큼 첫 인상이 좋았다”며 “24번은 다아는 곡이기에 남들과 다르게 독창적으로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든 곡이었다”고 설명했다.

‘인모니니’라는 팬들의 별명을 얻을 정도로 파가니니 곡 연주에 있어선 탁월한 그이지만 힘들었던 곡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바로 1부 마지막곡인 12번이다. 그는 “12번까지 하고 1부를 쉬는데 9~11번까지 모두 연주하기 어려운 곡이라 마지막 12번은 이상하게 더 길게 느껴졌다”며 “체력적으로도 가장 힘들고 집중도도 떨어졌던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파가니니에 집중해 온 양인모가 다음 작품으로 선택한 작곡가는 로베르트 슈만이다. 그는 “바이올린 곡이 많지 않고 소나타 3개, 협주곡과 소품정도가 있다”며 “슈만의 음악에 집중해 연구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시절 듣고 자랐던 앨범의 주인공이자 1998년 16세의 최연소 나이에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우승했던 바이올리니스트 일리야 그린골츠와 오는 15일 금호아트홀에서 바이올린 듀오 연주회를 연다. 올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뒤 갖는 마지막 공연이다. 기교와 음악성 면에서 막상막하의 완벽함을 자랑하듯 연주회 이름도 ‘매치 포인트’로 정했다.

양인모는 “지난 2014년 메뉴힌 콩쿠르의 심사위원이었던 그로부터 ‘카프리스 1번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는 극찬을 받았던 좋은 기억이 남아있다”고 웃었다. 공연에선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버르토크의 듀오곡과 일리야 그린골츠의 바이올린 듀오 음반에 담긴 비에니아프스키의 카프리스를 차례대로 연주한다. 2부에선 기교와 정서가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고 평가받는 이자이의 두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를 통해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줄 예정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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