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감성 흠뻑 살린 관현악이 온다
“오페라극장에서 지휘를 시작해 지휘 철학의 많은 부분은 오페라 영향을 받았어요. 오페라는 복잡한 무대 구조와 시스템은 물론 배우와 코러스, 오케스트라까지 전부를 아울러야 한다는 걸 가르쳐줬죠.”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인 안토니오 파파노(59·사진)는 첫 내한공연을 앞둔 4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파파노는 오는 15~16일 이틀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산타체칠리아오케스트라&안토니오 파파노’ 무대에 선다.

이탈리아계로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파파노는 음악원에서 공부한 적이 없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용돈을 벌기 위해 피아노를 치기 시작해 21세 때 뉴욕시티 오페라의 리허설 반주자로 무대에 처음 올랐다. 그곳 지휘자였던 다니엘 바렌보임의 눈에 띄어 1987년 노르웨이 국립오페라에서 처음 지휘봉을 잡았고 30세에 이 극장 음악감독이 됐다. 파파노는 “여러 오페라하우스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오페라 가수들과 음악을 하며 지휘에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1993년 빈슈타츠오퍼, 199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서 지휘한 그는 2002년부터 16년째 영국의 대표 오페라극장인 로열코벤트가든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2005년부터는 산타체칠리아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취임 당시 단원들은 나무로 만든 새 콘서트홀에 익숙해져야 했고 오페라 지휘자 출신인 내게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페라를 지휘하듯 연극성과 노래를 통한 극적인 감정 표현들을 오케스트라에 불어넣을 수 있다면 산타체칠리아만의 확고한 정체성이 될 거라 생각했다”며 “이제 어느 무대에서든 산타체칠리아만의 이탈리아적인 소리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 첫날은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둘째날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