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5년 영국을 침공하려던 나폴레옹은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넬슨 제독에게 참패했다. 이에 꺼낸 카드는 영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대륙봉쇄령이었다. 당시 산업혁명의 기운으로 활기를 띠던 영국 경제는 타격을 받았다.

[책마을] 19세기 고립당한 영국…주변국들은 왜 발전했나
상선이 공격당하고 국민의 불만이 높아지자 영국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강한 해군을 앞세워 프랑스와 동맹국의 교역을 막는 해상봉쇄로 대응했다. 주변국들은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생산력이 높아진 영국 공산품 의존도가 높았다. 스웨덴 포르투갈 러시아 등이 차례로 영국 쪽으로 돌아섰다. 프랑스의 대륙봉쇄령은 결과적으로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유럽 대륙에 긍정적인 영향도 미쳤다. 8년간의 봉쇄 기간에 산업혁명에 뒤처진 나라들이 자국 산업을 키울 시간을 벌어서다.

《보이는 경제 세계사》가 포착한 ‘경제로 읽는 세계사’의 35개 결정적 장면 중 하나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인 저자는 “이런 경험은 자유무역이 이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수시로 보호무역의 장벽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한다. 책은 경제사 속 중요한 전환점들을 짚어내 이를 확대해 보여준다. 주제는 크게 전쟁과 무역, 음식과 법, 문화와 과학 등으로 분류했다. 고대와 중세, 현대를 오가고 아시아와 유럽을 넘나들며 시공간을 확장했다.

신뢰가 높았던 스위스 용병을 통해 병역면제세가 왜 중세에 활성화됐는지, 향신료를 둘러싸고 운명이 바뀐 네덜란드와 영국의 사정, 커피하우스에서 이뤄진 보험과 주식 거래 등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지중해 최강국 로마의 무상복지 정책이 실패로 돌아가고 로마가 몰락한 이유, 영국에서 시작된 자동차산업이 미국과 독일에서 발전한 까닭을 서술한 부분은 자연스럽게 오늘을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오늘날 당연시되는 것들이 실은 하나하나가 장대한 역사”라며 “그 속에는 먼저 산 이들의 열정과 모험, 도전과 깨달음이 배어 있다”고 강조한다. ‘경제도 재미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저자의 의도처럼 쉽게 풀어 써, 교양서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