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앤루 디자이너(왼쪽부터 변혜정, 박민선) / 사진=이승현 한경텐아시아 기자
랭앤루 디자이너(왼쪽부터 변혜정, 박민선) / 사진=이승현 한경텐아시아 기자
화려한 색감과 개성 강한 문양으로 주목받는 여성복 브랜드 ‘랭앤루(Lang & Lu). 일반 대중들이 입기에는 다소 과해 보이지만 돋보이고 싶은 이들에게는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이다. 랭앤루의 박민선, 변혜정 디자이너는 “대중적인 옷은 어디서든 살 수 있다. 우리는 주인공처럼 빛나고 싶을 때 사고 싶은 옷을 만들겠다”고 말한다. 호불호가 갈릴 거라는 우려와 달리 첫 팝업스토어(pop-up store)부터 하루 매출 500만원을 기록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랭앤루의 두 디자이너를 만났다.

‘랭’과 ‘루’을 합쳐 만든 이름이 랭앤루(Lang&Lu)라고 들었다. 랭과 루는 무슨 뜻인지?
박민선: 쉽게 말해 애칭 같은 거다.(웃음) ‘랭’과 ‘루’는 홍콩에서 많이 쓰는 성(姓)이다. 홍콩 여행을 하면서 본 동양 여성들에게 영감을 받아 브랜드를 출시하게 됐다. 아시아 여자들이 전 세계 미(美)의 뮤즈가 될 수 있는 원피스 브랜드를 만들고자 각자 동양적 애칭을 지었다. 내가 ‘랭’이고 변혜정 디자이너가 ‘루’이다.

둘이서 같이 브랜드를 만들게 된 이유는?
박민선: 우리는 이화여대 대학원 동기인데, 수업을 들으며 둘이 추구하는 디자인의 방향이 비슷하다는 걸 느꼈다. 옷의 전체적인 스타일은 달랐지만 화려하면서도 돋보이는 옷, 남들이 하지 않는 옷을 시도하고 싶어 하는 공통점이 맞았다.
변혜정: 그때만 해도 국내에는 우리가 원하는 옷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화려한 패턴과 색상들의 옷을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남들은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말이다.(웃음)

평소 패션스타일은 어떤가.
변혜정: 둘 다 평소 옷 입는 스타일이 남다르다. 나는 과감한 파티드레스를 좋아한다.
박민선: 난 화려한 디자인과 채도 높은 옷을 좋아한다. 국내에선 보통 채도가 낮은 걸 선호하는데 나는 대학 때부터 튀는 옷을 많이 입었다. 이런 취향이 지금 하는 작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호호.

브랜드 출시 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변혜정: 매 순간순간이 힘들다.(웃음) 우리는 자본도 거의 없이 맨땅에서 시작했다.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학교 선배가 없어서 조언을 구할 곳도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발품 팔며 찾아다녔다.

초기 자본금 없이 브랜드를 운영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박민선: 무모한 도전이었다. 브랜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초기 자본금이 많이 필요한데 둘 다 종잣돈이 없었다. 우리 수중에는 600만 원 뿐이었다. 하하. 거기에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1500만 원을 빌려 초기 자본금을 마련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무모하게 시작했던 거 같다.

디자이너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선 홍보가 무엇보다 중요했을 것 같은데.
변혜정: 초반에는 둘이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을 다 했기 때문에 따로 홍보할 여력이 없었다. 현대백화점에서 진행한 첫 팝업스토어가 운 좋게 대박이 나면서 여러 백화점에서 진행할 수 있게 됐고, 점차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후에야 홍보를 시작하게 됐다.
박민선: 우리가 홍보 비용으로 쓰는 돈이 0원이다. 패션쇼를 통해 매체에도 조금씩 알려지게 되면서 연예인들도 많이 입어주지만 따로 협찬한 건 아니다.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연예인들이 랭앤루 의상을 찾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박민선: 입었을 때 자신이 가장 돋보이고, 주인공이 되는 옷이 랭앤루 의상이다. 그러다 보니 연예인들도 중요한 행사나 방송이 있을 때 우리 옷을 많이 찾는다. 화려한 색상이 촬영 했을 때 예쁘게 나온다고 한다. 호호. 입었을 때 다른 옷들과 차별화되고 눈에 띈다는 점이 연예인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랑앤루
랑앤루
화려하고 눈에 띄는 의상은 일반 대중들에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텐데.
변혜정: 물론 호불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옷이 대중적이진 않다. 그렇지만 각자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우리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일상적인 티셔츠나 블라우스는 어딜 가도 살 수 있지만 우리 옷은 우리한테서만 구입할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잘 만들 수 있는 화려하고 독특한 옷들을 계속해서 만들 것이다.

전체적으로 화려한 패턴이 특징이다. 패턴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
박민선: 자체 개발도 하고, 삽화를 사서 변형하기도 한다. 이번 시즌엔 과일을 주제로 정했는데 봤을 때 기분 좋고 행복한 에너지를 주는 것들이라면 뭐든지 패턴으로 만들어봤다.
변혜정: 너무 정적이거나 여성스럽기보단 복고적이고 밝은 느낌이다. 그게 우리의 색깔이다(웃음)

각자의 색깔도 궁금하다. 평소 일을 제외한 개인의 삶은 어떤가?
박민선: 난 요즘 골프에 빠져 있다. 자연 속에서 움직여야 스트레스도 풀리는 것 같다. 너무 바쁘다 보니 따로 휴식을 즐길 시간이 없다. 주말에 한 번씩 지인들과 맛있는 거 먹고 골프 치는 게 유일한 휴식이다.
변혜정: 나도 여가시간이 따로 없다. 네 살짜리 남자 아들이 있어서 육아를 해야 한다. 평소 아들과 잘 못 놀아줘서 같이 있을 때 정신적 치유가 된다.(웃음)

쉴 새 없이 바쁘다 보면 일과 일상의 분리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박민선: 일상도 일의 연속이다. 특히 SNS 활동도 활발히 해야 하다 보니 삶이 SNS가 된 느낌이다. 쉴 때도 끊임없이 핸드폰으로 뭔가를 하게 된다. 그게 참 쉽지 않다. 주위에서 핸드폰 좀 그만보라고 할 정도다. 근데 홍보와 소통을 위해서 안 할 수가 없다.
변혜정: 양도 보통이 아니다. 글도 써야 하고, ‘좋아요’도 눌러야 한다(웃음)

현재 랭앤루는 어느 정도의 성공을 이뤘다고 볼 수 있을까?
변혜정: 지금 직원이 10명 정도 되는데 잘 굴러가는 정도?(웃음) 초창기에는 둘이서 다 했는데 지금은 온라인 팀, 오프라인 팀, 해외 팀이 따로 있다.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지금은 중간 과정인 거 같다.

랭과 루의 최종 목표가 궁금하다.
박민선: 국내엔 훌륭한 디자이너도 많고 브랜드도 많은데 해외에 나갔을 때 대표적인 브랜드가 없는 게 아쉽다. 그래서 랭앤루가 한국의 세계적 브랜드가 되고 싶다. 물론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하.
변혜정: 아시아에서부터 빨리 확장하고 싶다. 중국 쪽에서는 벌써 요청이 많이 오고 있다. 중국에서의 매출이 깜짝 놀랄 정도일 때가 많다. 근데 그것도 다 한국에서 잘 돼야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내수에 집중하면서 해외 쪽으로 계속 보고 있다. 언제든 나갈 준비는 되어있다.

태유나 한경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