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5년 이끈 세계 최정상 발레리나 강수진 단장

장르 다양화로 대중화 선도
'백조의 호수' 같은 고전 중심서
네오클래식·드라마·모던 선봬
국내 발레시장 체질변화 주도

힘차게 달려가는 2막 인생
단원들과 좋은 공연 만들어
관객들 만족해하는 걸 보면
행복하고 온몸에 생기 돌아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지난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야외공간에서 예술행정가로서 최근의 생각들을 밝히고 신작 ‘마타하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지난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야외공간에서 예술행정가로서 최근의 생각들을 밝히고 신작 ‘마타하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세계 최정상 발레리나였던 강수진이 인생 2막을 새롭게 써나가고 있다. 예술행정가로서의 삶이다. 그는 2016년 7월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극장에서 은퇴 공연을 하고 30여 년에 걸친 발레리나의 삶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후 2014년부터 맡은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 활동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 국내 발레계의 변화와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지난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강수진 단장은 “발레리나로 살 땐 나만 생각하면 됐지만 지금은 모든 걸 책임지고 진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면서도 “단원들과 노력해 좋은 공연이 탄생하고 관객들이 만족해하는 걸 보면 정말 행복하고 온몸에 생기가 도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이뤄내고 있는 변화 중 대표적인 것은 장르의 다양화다. ‘백조의 호수’와 같은 고전발레 중심인 국내 발레계에 네오클래식(신고전), 드라마발레, 모던발레 등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리는 ‘마타하리’는 드라마발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이중 스파이로 몰렸던 네덜란드 여성 마타하리의 실제 삶을 다룬다. 감정의 진폭이 크고 연극적 움직임이 많은 작품이다. “단원들이 각자 재능을 발굴하고 관객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일이에요. 드라마발레 등 다양한 장르를 접하며 자신만의 느낌을 잘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또 다른 세상에 눈 뜨길 바랍니다. 관객들도 잘 몰랐던 발레의 매력을 충분히 느낀 후 원하는 장르의 공연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2015년부터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KNB 무브먼트 시리즈’를 해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프로젝트에선 무용수들이 안무가가 돼 직접 춤을 만들고 공연을 기획한다. 단원들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창작 발레의 발전도 도모하기 위해 마련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직접 표현하고 동료들과 같이 공연을 만들어내면서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창작 발레는 미래 먹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그런 날(창작 발레가 중심이 되는 날)이 꼭 올 거예요.”

강 단장은 인터뷰 전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예술인 병역특례에 대해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발레 특성상 무대에 오를 수 있는 나이가 제한적이고 대상도 소수에 그쳐 특례를 인정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강 단장은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조언을 하고 싶었을 뿐”이라며 “중요한 것은 무용수들이 스스로 성숙해지고 어떤 순간에도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예술행정가에 전념하고 있지만 가끔은 발레리나 때의 삶이 그립지 않을까 물었다. 그는 은퇴 당시 “한 톨의 미련도 없다”고 말했던 것처럼 지금도 그렇다고 했다. “그때 모든 걸 쏟아냈고 후회는 전혀 남지 않았어요. 정말 해본 사람들은 알 겁니다. 제 안의 전부를 다시 끌어내서 무대에 올라간다 하더라도 그때처럼 못할 바엔 안 하는 게 낫죠.”

강 단장은 국립발레단과 국내 발레에 꾸준한 관심을 부탁했다. “관객들이 국립발레단의 56년 역사를 함께 해준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앞으로 100년을 가는 국립발레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무용수 꿈꾼 '마타하리'…31일 예술의전당서 개막

국립발레단이 선보일 ‘마타하리’는 뮤지컬 등으로 소개됐던 마타하리 이야기들과 다소 다르다. 이전엔 ‘이중 스파이’ 의혹을 받은 불운의 여성이란 점이 부각됐다. 이번 공연에선 무용수로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했던 마타하리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다.

강수진 단장은 “지난해 공개된 마타하리 유모의 일기장 등 많은 자료를 통해 무용수를 꿈꿨던 마타하리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며 “처음엔 생소하겠지만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무는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상주안무가 등을 지낸 레나토 자넬라가 새롭게 구성했다. 마타하리 역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 박슬기, 신승원이 맡는다.

강 단장은 “마타하리 역은 의상을 11번이나 갈아입으면서도 감정에 몰입해 스토리를 끌고가야 한다”며 “세 명의 마타하리가 각자 다른 색깔로 연기를 해낸다”고 소개했다. 군무도 중요하다. 그는 “실화가 바탕인 작품인 만큼 군무가 마타하리의 인생 여정을 받쳐주고 시대를 같이 살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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