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전통악기와 함께 연주하는 ‘실크로드 앙상블’ 음악회에 나선 첼리스트 요요마. /Jennifer Taylor 제공
세계 각국의 전통악기와 함께 연주하는 ‘실크로드 앙상블’ 음악회에 나선 첼리스트 요요마. /Jennifer Taylor 제공
“‘실크로드 앙상블’은 세계 음악인들의 협업과 우정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공간입니다. 특히 한국 음악은 강렬한 감정 덩어리를 놀라울 정도로 힘있게 전달해 저에게 매우 특별한 음악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첼로계 슈퍼스타인 요요마(63)는 14일 서면 인터뷰에서 ‘실크로드 20주년 기념 공연’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오는 1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요요마&실크로드 앙상블 내한 공연’을 연다. 그는 “실크로드 앙상블과 함께해온 여정을 통해 협업과 연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며 “세상과 사회에서 제 역할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가 1998년 설립한 실크로드 앙상블은 각 나라의 전통악기 연주자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작곡가들을 한데 모은 월드뮤직 단체다. 2년에 한 번씩 무대에 올라 이국적이고 독특한 음악을 선보인다. 첼로, 바이올린과 장구 등 우리 악기와 생, 바우, 쇄납, 가이타, 타블라, 사쿠하치, 피파 등 이름도 음색도 낯선 전 세계 악기가 한 무대에서 어우러진다. 요요마는 “미국의 민속음악 연주자들과 작업하고 세계 여러 지역의 전통 음악유산을 알게 되면서 무언가 연구하고 되살릴 만한 전통의 힘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전통과 현대를 모두 탐구해서 그 사이에서 어떤 접점을 찾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 공연은 20년이 지난 실크로드 앙상블이 그 뿌리를 찾아가는 자리다. 김동원의 장구 솔로로 시작해 한국, 중국, 베트남 전통음악과 브라질 삼바, 미국 재즈가 어우러진 모음곡으로 막을 연다. 앙상블에 영향을 준 바흐부터 오스발도 골리호프(아르헨티나 작곡가)까지, 그리고 익숙한 음악과 낯선 음악이 만나 어떻게 하나의 음악으로 재탄생되는지 보여줄 예정이다. 요요마는 “서로 다른 음악을 한데 엮음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일종의 협업에 영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중국계 요요마는 네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는 등 다국적 성장 배경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어릴 적부터 인류학, 역사학 등에 다양한 관심을 보였고 세계의 다양한 전통음악을 관심 있게 들으며 자랐다.

그중 한국 음악은 그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그는 “앙상블 내 한국 연주자들이 몇 곡을 소개해줬는데 넘치는 에너지를 갖고 있었다”며 “국악은 원초적이고 깊이가 있으며, 후음((喉音)을 많이 사용하고 절기를 기념하는 곡이 많았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남녀의 애정을 노래하고 연민으로 가득 차 있으며 강렬한 감정 덩어리를 뽑아낸다”며 “한국 문화의 강인함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요요마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음악가는 단연 ‘바흐’다. 그는 무반주 첼로모음곡 여섯 개를 네 살 때부터 연주하기 시작했다. 바흐의 음악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요요마는 “바흐의 모음곡은 인류애에 닿는 음악이자, 실크로드 앙상블의 주된 목표인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하고 이뤄가는 문화적 능력’의 좋은 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흐를 연주할 때마다 단선율의 악기로 어떻게 다성부적인(polyphonic) 음악을 만드는지 등 지금까지 내가 배워온 것들을 다시 점검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 1번 중 사라방드를 연주한다.

그는 지난 4월 바흐 무반주 첼로모음곡 전곡 음반을 내놓으며 ‘남북한의 경계에서 바흐를 연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왜 하필 남북의 경계였을까. 요요마는 “문화는 분열을 치유할 수 있고 함께하는 미래를 상상하고 이뤄가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며 “문화가 단지 음악이나 예술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환경과 우리 자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 레퍼토리에서 세계 초연되는 작곡가 김대성의 ‘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자장가’에 대한 기대도 나타냈다. 그는 “한국 중국 일본을 위한 평화의 노래”라며 “한국의 전통적인 자장가 선율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에서는 수백 번의 전쟁이 있었고 그 수많은 전쟁의 상흔이 아직 남아 있지만 어머니의 자장가와 같은 따스함이 이 지역 평화와 사랑을 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