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개인의 삶을 바꾸는 체험여행, 빅데이터로 맞춤 콘텐츠 제공해야"
“여행이 한 개인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 그것이 체험관광의 핵심입니다.” 지난 9월17일 서울에서 열린 제7차 UNWTO 세계도시관광총회 기조연사로 나선 경제학자 조지프 파인은 ‘체험관광’을 이렇게 설명했다. ‘체험경제’의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경제학자인 그는 오늘의 여행객들이 원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체험’이며, 앞으로의 도시관광은 이런 체험을 통해 개인의 인생에 변화를 안겨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5월 출범한 서울관광재단은 관광에 가치를 더하자는 목표를 설정하고, 양적 성장을 넘어선 질적 성숙, ‘관광시민’1)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치관광’2)의 추구를 서울 관광의 미래 과제로 설정한 바 있어 파인의 기조연설에 깊은 공감과 도전을 느꼈다.

2017년 기준, 세계 관광객 수는 13억 명을 넘어섰다. 열정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던 세계 주요 관광도시들은 이제 한편으로 ‘과잉관광(Overtourism)’의 해법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관광객을 고루 분산시켜 지역주민의 삶을 보호하고 책임 있는 양질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관광객도 지역주민도 행복한 도시, 여행하고 싶은 동시에 살고 싶은 도시로 나아가는 일이 세계 주요 관광도시 공동의 도전이자 숙제다.

오늘의 도시관광이 당면한 이런 과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관련 정책의 수립부터 집행까지 시민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의 구축, 그리고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물론 관광업계의 적극적인 역할도 중요하다. 양질의 관광상품을 제공하고 앞장서 관광객을 분산시키며 관광시장의 체질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실행의 주체가 바로 관광업계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 모든 협의 과정과 체질 개선 노력에 병행돼야 할 핵심과제가 바로 진솔한 체험관광 콘텐츠의 개발과 제공이다. 앞으로의 도시관광에서 관광객들이 기대하는 감동은 특별한 재화나 상품도 서비스도 아닌 체험을 통한 감동, 나아가서는 체험을 통한 삶의 변화일 것이다.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부분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에 작위적인 광고나 마케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그보다는 진짜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개발하되 개별 관광객들의 관심사에 따른 맞춤형 체험을 제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기술력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얼마나 정확한 맞춤형 프로그램과 일정을 제공하느냐가 앞으로 스마트 관광도시의 척도이자 4차 산업혁명 시대 관광산업의 핵심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여행 과정 중에는 누구나 평소보다 변화에 관대해지는 듯하다. 평소 환경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던 누군가가 갯벌체험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갯벌의 중요성을 느끼고 갯벌 보존 캠페인에 참여할 수도 있다. 지역을 제대로 체험한 여행자라면 과잉관광이 발생하는 지역의 주민들이 겪는 아픔이나 어려움도 그저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오늘의 관광객들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여행을 꿈꾼다.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 새로운 나, 변화된 나로 돌아오기를 원한다면 너무 지나친 기대일까. 적극적으로 개별 여행객의 열망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실제로 변화할 수 있게 돕는 것, 그것이 앞으로의 관광시장에서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여행이 될지 모른다.

단순한 체험 제공에서 나아가 방문객 한 사람 한 사람이 인생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도시관광의 시대, 지역주민과 관광객, 그리고 관광업계까지 모두를 포용해 함께 성장하는 서울관광의 미래 모습을 꿈꿔 본다.

1) 관광시민 외래 관광객뿐 아니라 서울을 방문하는 내국인 관광객, 서울시민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내외국인 방문객과 지역주민을 모두 배려하는 미래 관광의 확대된 고객을 의미

2) 가치관광 ‘즐거움, 행복, 설렘’이라는 관광 본연의 가치에 공존의 가치를 더해 개인의 인식과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관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