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그리고 앞으로 10년을 전후해 중국을 이끌어갈 주요 세대로 ‘바링허우(八零後)’를 꼽는 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이들은 덩샤오핑이 1가구 1자녀 정책을 실시한 이후인 1980년대에 태어난 세대다. 중국 내 약 2억50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들은 공산주의보다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고속성장과 함께 자라왔다. 시장경제의 혜택에 익숙하다보니 과거 세대보다 소비지향적이고 해외 문화에도 자연스럽다. 대부분 형제가 없기에 개인주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들이 경험한 중국은 그 전의 중국과는 전혀 다른 나라다. 중국의 안정과 성장 뒤에 존재하는 정부의 강력한 억압정책은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이전 세대인 부모와 또는 사회와 부딪히는 갈등 상황이 잦아진 것도 사실이다.

바링허우 세대의 특징을 묘사한 책들은 많다. 하지만 이들 책이 바링허우 세대를 똑같이 규정하진 못한다. 이들 세대가 획일화된 사고방식을 가졌던 과거 세대와 달리 서로 전혀 다른 다양한 사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 알렉 애쉬가 쓴 우리는 중국이 아닙니다는 ‘세대’ 또는 ‘중국’으로 묶을 수 없는 바링허우 개개인들의 삶에 집중했다. 저자는 서양인이지만 바링허우와 같은 밀레니얼 세대로서 중국의 같은 세대 젊은이들이 겪는 삶을 깊숙히 들여다봤다.

저자는 책에서 ‘성공을 꿈꾸는 중국 도시의 젊은이들’을 조명했다. 이를 위해 중국 내 다양한 곳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여섯명을 찾아냈다. 직장인 다하이는 사회주의 정신과 과중한 업무에 매달려 살고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선 반정부 목소리를 낸다. 공산당원 아버지 밑에서 중국의 억제책에 순응해 살던 프레드는 미국 유학을 통해 새로운 시민의식과 선거제도를 접하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중국 주석의 이름도 모르는 루시퍼는 록밴드를 만들지만 항상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산다. 시골 이주 노동자의 아들인 스네일은 베이징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지만 자신의 지식이 현실에서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온라인 게임에 중독됐다. 칭화대에 다니는 미아는 담배와 문신, 음악, 패션을 통해 개성을 드러내는 삶을 산다.

이들의 삶엔 단순히 현실 문제만 있진 않다. 개인의 꿈과 이상이 분명하게 있으면서도 이것이 가정과 사회앞에 가로막혔을 때 겪는 무기력함도 함께 그려진다. 이전 세대들보다는 풍요롭지만 경쟁과 양극화라는 중국이 마주한 새로운 그림자를 피할 수 없는 복잡다난한 삶, 강력한 중화사상 속에서도 미국 대중문화에 취하는 모습, 그리고 강한 억제책 속에서도 다양한 정치적 의견을 갖거나 또 갖지 못하는 모습들이다. 희망도 상처도 가지각색인 여섯 중국 젊은이 개개인의 실제 삶이 책을 통해 가감없이 드러나면서 중국이 현재 직면한 문제, 그리고 앞으로 갖게 될 기회는 어떤 것들인지 확인할 수 있다. (박여진 옮김, 더퀘스트, 444쪽, 1만80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