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서울을 사랑하게 됐어요. 될 수 있으면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서울에 돌아와 공연하겠습니다”

영국 출신 싱어송라이터이자 팝가수인 샘 스미스가 첫 한국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샘 스미스는 9일 저녁 서울 고척동에 있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3 샘 스미스’ 콘서트에서 2만여명이 넘는 한국 팬들의 환호 속에 첫 라이브 공연을 선보였다. 그는 정규 2집 ‘더 스릴 오브 잇 올’의 아시아 투어 일환으로 서울을 찾았다. 그가 낸 정규 앨범은 아직 두 장뿐이다. 그럼에도 ‘스테이 위드 미’, ‘팰리스’, ‘아임 낫 디 온니 원’, ‘라이팅스 온 더 월’ 등 히트곡이 많다.

공연이 시작된 저녁 7시, 두 팔을 크게 벌린 채 무대 위에 등장한 샘 스미스는 밝은 표정으로 “서울!”을 크게 외쳤다. 이후 ‘원 라스트 송’(One Last Song)으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마법같은 그의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콘서트장에 울리기 시작했다. 손뼉을 치며 호응을 유도하자 일제히 박수가 시작됐다.

두번째 곡은 예상치 못했다. 마지막 곡으로 부를 줄 알았던 ‘아임 낫 디 온니 원’을 그는 무반주로 부르기 시작하자 환호가 쏟아졌고 이윽고 반주가 나오자 관객들은 일제히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후렴구에서 그가 마이크를 넘기자 관객들은 떼창으로 보답했다.
사실 그의 가성은 팝밴드 ‘마룬파이브’의 보컬 애덤 리바인과 비교된다. 리바인이 특유의 돌고래 울음소리와 비슷한 특유의 가성음을 가지고 있는 데다 가성과 진성의 음색 차가 크지 않으면서도 분명하게 구분되어진다. 반면 샘 스미스는 가성과 진성이 분명하게 다른 음색을 지닌 반면 노래를 부를 때 그 연결이 매우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 같은 차이 때문에 감미로운 발라드 음악에 샘 스미스가 더 어울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프닝 무대가 끝나자 그는 한국에 온 소회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오늘 내 꿈이 이뤄졌다. 서울에 오게 해 줘서 정말 고맙다. 서울을 사랑하게 됐다”며 “남은 시간 나와 노래하자”고 말했다. 또 다른 대표곡 ‘레이 미 다운’(Lay Me Down)과 ‘아이 싱 비코즈 아임 해피’(I Sing Because I'm Happy)를 연이어 불렀다. 해외 톱 가수의 방한이라 공연 전부터 떠들석 했지만 공연장은 매우 깔끔하고 단순하게 꾸며졌다. 그가 데려온 자신의 밴드 10여명을 제외하곤 어떤 무대장치도 하지 않았다. 공연장 뒤엔 ‘A’자 모양의 조형물이 무대가 바뀔 때마다 ‘W’자로 바뀌는 정도였고 전광판이 화려하게 바뀌지도 않았다. 지난해 아리아나 그란데 내한공연 때 불거졌던 고척돔 특유의 문제인 음향 울림 문제를 인식한듯 이틀동안 추가로 음향장비를 설치하는 등 음향 컨트롤에 심혈을 기울여 그의 목소리 울림은 매우 또렷하고 애절하게 메아리쳤다. 그의 라이브에 집중하기 좋은 수준이었다.

'오멘'(Omen)’ ‘라이크 아이 캔’(Like I Can), ‘프로미시즈’(Promises) 등을 부를 땐 샘은 관객을 자리에서 일으켜 흥겹게 노래를 불렀다. ‘레치’(Latch), ‘베이비, 유 메이크 미 크레이지’(Baby, You Make Me Crazy) 등의 곡을 부를 땐 관객들이 약속한 듯 핸드폰 불을 켜고 흔들며 은빛 물결을 만들기도 했다. 자신의 요구에 응답하는 팬들을 보며 그는 ‘땡큐 소머치’, ‘아이 러브 코리아, 아이러브 서울’을 연신 외쳤다.

그가 20여곡의 노래를 부르고 무대에서 내려가자 관객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국내 한 전자제품 브랜드 휴대전화 광고에 삽입돼 잘 알려진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와 ‘팰리스’(Palace) 등을 부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곡을 듣고 싶었던 팬들은 연신 ‘앙코르!’를 외쳤고 결국 샘 스미스는 다시 무대에 올랐다. 노래를 부르며 그는 “이틀 동안 서울을 돌아다녔는데 정말 아름다운 놀라운 곳이었다”며 “오늘 이 콘서트는 훗날 있을 수많은 공연 중 하나다. 이 콘서트 후에도 빠른 시일 내에 꼭 다시 서울에 돌아와 공연하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국 공연을 마친 샘 스미스는 오는 12∼15일 일본 도쿄와 오사카, 28일 태국 방콕에서 아시아 투어를 이어간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