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부속 행사인 ‘2018 아시아필름마켓’에서 국내 소설과 웹툰 등을 영화화하려는 해외 바이어들이 콘텐츠 업체 관계자들과 상담하고 있다.  /유재혁 기자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부속 행사인 ‘2018 아시아필름마켓’에서 국내 소설과 웹툰 등을 영화화하려는 해외 바이어들이 콘텐츠 업체 관계자들과 상담하고 있다. /유재혁 기자
“지금까지 부산국제영화제의 아시아필름마켓에 다섯 차례 참여해 세 차례 성과를 거뒀습니다. 소설 《밀주》와 《직필》의 영화화 판권 계약을 체결했고, 《박 회장의 그림창고》는 웹드라마로 제작하기로 했어요. 올해에는 곤충을 모티프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룬 《곤충》을 내놨는데, 벌써부터 많은 제작사가 문의해오고 있습니다. 영화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공개 설명회를 여니까 성과가 좋습니다. 올해도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배선아 고즈넉이엔티 대표는 지난 6일 나흘간 일정으로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2018 아시아필름마켓’에 참가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9일까지 열리는 아시아필름마켓은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부대행사 중 하나로 완성작 수출뿐 아니라 소설과 웹툰, 웹소설 등을 영상화하기 위한 엔터테인먼트 지식재산권(EIP)을 거래하는 장터다.

올해 아시아필름마켓 참가자는 지난해보다 56% 증가한 1339명에 달했다. 해외 바이어는 32개국 425명이고, 세일즈부스는 23개국 168개 업체가 마련했다. 처음 참가한 해외업체도 디 오픈 릴(이탈리아), 필름 콘스텔레이션(영국), 블룸(미국), 골든 신(홍콩), 메이아 엔터테인먼트(일본) 등 상당수에 달했다.

인기가 치솟고 있는 EIP 마켓에서는 심사를 거쳐 선정된 원작 도서 15편과 웹콘텐츠 14편 등 총 29편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업체들이 각국 영화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피칭쇼를 성황리에 열었다. 소설 《암보스》와 《내가 죽기 일주일 전》 등 2권을 선보인 황금가지출판사 관계자는 “EIP 마켓에 세 차례 참가해 《선암여고 탐정단》을 드라마로 제작한 뒤 방영했고, 《유다의 별》은 영화화 계약을 마쳤다”며 “올해에도 사전미팅이 6~7차례 잡혔고, 추가 미팅 요청도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웹툰 화제작에도 미팅 요청이 쏟아졌다. 악마가 교장과 선생들로 위장한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데블스쿨’, 인간과 로봇 간 사랑을 그린 ‘안드로이드 러브’, 정부에 쫓기는 비밀요원 아버지와 여고생 딸 사이에 몸이 뒤바뀌는 이야기를 담은 ‘뒤바뀌다’ 등이 그것.

설명회에 참관한 홍콩 골든 드래곤사의 스테파니 쳉 이사는 “대중적인 작품이 많이 소개돼 그 어느 때보다 영상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한 국내 투자배급사 관계자도 “시나리오에서 보기 힘든 내용의 소설과 웹툰을 많이 접했다”며 “출판사들이 소개한 아이템 외에도 다양한 IP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니 영화사들과 접촉 기회가 자연스럽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EIP 마켓 자체도 확장되고 있다. 부산영화제 주최 측뿐 아니라 만화영상진흥원도 웹툰을 영화화하기 위한 설명회를 별도로 마련했고 외국 출판사들도 뛰어들었다. 올해 처음 ‘아시아 IP 쇼케이스’ 자리도 마련해 영상화에 적합한 일본 도서와 중화권 도서 12편을 선정했다. 일본 굴지의 출판사 고단샤 등도 작품을 들고 나와 설명회를 열었다.

EIP 마켓이 커지는 이유는 드라마를 방영하는 글로벌 플랫폼이 늘었고, 국내에서는 신생 영화투자배급사가 여러 개 생겨나 원천 콘텐츠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작 거래장터에도 발길이 늘었다. 완성작 거래장터에서는 11개국 영화 64편이 총 69회에 걸쳐 상영됐다. 이 중 38편은 이번 마켓에서 처음 상영됐다. ‘안시성’ ‘협상’ 등 추석영화뿐 아니라 연말과 내년 초에 선보일 영화들이 거래대상 목록에 올랐다.

시놉시스 등 이야기 초기 단계에 있는 29편의 프로젝트 관계자들도 영화화를 위해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개 설명회를 열었다. 프로젝트 지원작이 지난해보다 약 30% 증가했고, 사전미팅 신청 건수도 전년 대비 150건가량 늘었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산=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