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중단하라" vs "결과 겸허히 따라야"
내일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후보 집단사퇴로 갈등 고조
대한불교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선거 후보 4명 중 3명이 동반 사퇴한 가운데, 28일 원행 스님 단독 후보로 선거가 치러진다.

사상 초유의 후보 집단사퇴와 단독 후보 체제 선거를 맞아 불교계 재야단체는 선거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에 조계종 제도권에서는 종단의 법과 질서를 강조하며 선거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27일 불교개혁행동은 조계사 인근 우정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는 권력승들의 대표로 불리는 자승 전 총무원장의 낙점에 좌우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홀로 남은 원행 스님은 흠결 많은 설정 전 총무원장을 줄 세우기 선거로 뽑은 책임의 상당 부분을 지고 있다"며 이미 정당성을 잃은 선거의 승자가 되기보다 앞서 결단한 세 스님을 따라 선거 거부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종단에는 선거를 즉각 중단하고 직선제 등을 도입해 선거를 원점에서 다시 추진하라고 제안했다.

불교개혁행동은 "이번 선거는 원천무효"라며 "현행대로 선출된 총무원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설정 총무원장 퇴진과 종단 개혁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였던 설조 스님도 선거 중단을 요구했다.

설조 스님은 "교단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현 교역직 종무원은 지금이라도 선거 일정을 중단하고 그동안의 악행을 참회한 후 교단 쇄신의 길을 열어 놓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설조 스님은 재가불자들은 적폐청산을 위해 총궐기하고, 단독 후보가 된 원행 스님은 적폐세력의 아바타가 되지 말고 스스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원로회의 의원 스님들에게는 당선자에 대한 인준을 거부하고 원로회의가 중심이 돼 교단혁신기구를 구성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조계종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단은 총무원장 선거는 어떠한 경우에도 여법하게 치러져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회장단은 "선거를 이틀 앞두고 선거인의 결정을 미리 재단해 '후보사퇴'라는 방법으로 총무원장 선거를 또 다시 혼란에 빠뜨리는 행위를 단호히 반대한다"며 "후보들이 분명한 이유와 명분도 없이 실체도 없는 '기득권' 운운하며 후보를 사퇴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종단은 특정세력의 사유물이거나 일부 기득권 세력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며 "제36대 총무원장 선거는 어떤 경우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치러져야하며 모든 종도들은 그 결과에 대해 겸허히 따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선거에 적극 참여하여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집행부를 세울 것"이라며 "이를 통해 종단의 화합과 안정을 도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정 스님 퇴진 과정부터 이어진 갈등 국면에서 치러지는 총무원장 선거는 28일 오후 1시부터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공연장에서 진행된다.

단독 후보인 원행 스님은 현 중앙종회 의원 78명과 전국 24개 교구 본사에서 선출한 240명 등 318명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과반수의 찬성이면 당선된다.

/연합뉴스